[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혁신성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CVC의 역할

입력 2020-08-10 17:40 수정 2020-08-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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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벤처기업계의 염원 중 하나인 대기업의 벤처캐피털(CVC)이 내년부터 제한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대규모 민간 자본이 투입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대기업의 혁신 투자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CVC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금산분리‘ 원칙에 의하여 대기업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고 공급하는 VC가 ’금융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대기업그룹의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는 것을 인정해 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아직 전면적인 금산분리 철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CVC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한조치가 수반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려면 지분 100%의 완전 자회사 형태이어야 하며, CVC의 외부자금 차입규모는 자기 자본의 200%를 넘을 수 없다. CVC가 펀드를 조성할 경우 조성액의 40% 범위 내에서만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해당 대기업의 총수 일가와 금융 계열사는 CVC펀드에 출자하지 못한다. CVC는 대기업 총수 일가와 관련된 기업 및 계열사, 다른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하지 못하며 해외 투자 규모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된다.

이처럼 촘촘한 제약조건 때문에 CVC를 통해 대기업의 자금이 벤처기업에게 흘러가는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외부자금 조달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며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CVC 예찬론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미국에서는 구글벤처스와 같은 대기업 CVC들의 벤처투자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을 들어 향후에 CVC 설립의 자율성, 부채비율 상향,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확대 등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CVC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그 이유는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기업은 총수가 지배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총수 일가에 의한 사익 편취를 방지하는 제한장치를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CVC는 혁신 투자의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도 국내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설립한 CVC를 통해 벤처투자를 이행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6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삼성벤처투자’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 CJ, 코오롱은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SK와 LG는 해외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CVC를 설립하였다.

물론, 지주회사 체제에 CVC를 두면 여러 이점이 있다. 지주회사 내의 계열사로서 의사결정의 속도가 신속해지며 그룹사 간의 연계성도 높아지고 투자규모도 커지며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CVC를 지주회사 안에 두느냐 밖에 두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CVC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벤처업계에서는 대기업 CVC에게 단순히 자금만 공급하는 재무적 투자가를 넘어 사업성장의 지렛대를 제공해 주는 전략적 투자가를 기대한다. 현재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재원은 충분한 상황이다.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펀드를 비롯해 핀테크혁신펀드, 스마트대한민국펀드, 뉴딜펀드 등의 투자펀드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혁신 생태계의 문제점은 스타트업은 많지만 크게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되려면 규모를 확장(스케일업)하고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exit)해야 하는데 여기서 대기업 CVC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CVC를 통한 투자를 활용하여 대기업의 기존 사업과 스타트업의 혁신 사업을 결합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니콘으로 성장시켜 궁극적으로 M&A까지 이행함으로써 회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제도보다 문화에 달려 있다. 대기업은 경직적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모험적 혁신사업을 실행하지 못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상호호혜적 투자와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혁신성장을 내재화한다는 자세를 갖고 CVC를 운영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CVC를 운영하는 이유도 혁신적 벤처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인수함으로써 사업모델의 변화와 조직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것에 있다.

CVC의 궁극적 성패는 대기업 주도 혁신성장에 대한 국민적 문화가 판가름할 것이다. 대기업의 CVC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고 이를 인수하여 계열사로 흡수하는 것을 국민 정서가 허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만일 ‘배달의민족’을 외국 자본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이 투자하고 인수합병한다고 할 때 어떤 평가가 내려질까? 혁신성장에 기여하였다고 칭찬할지 아니면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할지 궁금하다.

CVC는 앞으로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CVC 투자의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혁신성장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수많은 유니콘이 탄생하면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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