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공산당이 싫어요” 부른 시진핑의 오산

입력 2020-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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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중국을 때리는 미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중 갈등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올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물론 체제 전복까지 염두에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

중국은 당연히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매카시즘’이 일어나고 있다며 연일 강경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신매카시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부르짖었으며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했다. 한 마디로 중국이 미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부상했으니 미국도 이를 인정하고 대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였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전 정권 시절부터 미국에서 그전과는 훨씬 다른 눈으로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한 자신감에 섣불리 자신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바로 시 주석의 첫 번째 오산이다.

두 번째 오산은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이 중국의 발전을 위해 그렸던 청사진을 계속해서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점이다. 바로 도광양회와 정권 이양 구조, 일국양제다. ‘자신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면서 실력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집권 초기부터 깨져 버린 상태였는데, 올해는 그 도가 지나치다. 어느 때보다 더한 강경 일변도의 외교 자세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과 충돌하고 있다. 원색적인 단어를 섞어가면서 다른 나라에 모욕과 위협을 일삼는 중국 외교관들을 가리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니 말 다했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폐지해 종신 집권의 길로 들어선 것도 최악의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피로 점철된 권력투쟁 대신 잘 짜인 시스템으로 공산당 지배체제를 굳건히 하려던 덩샤오핑의 포석과 정반대의 길로 간 것인데 지금이야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하다지만 이것이 흔들리면 이후 발생할 혼란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또 올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덩샤오핑이 수립했던 일국양제라는 원칙을 저버렸다. 영구 집권으로 덩샤오핑이 세웠던 정권 이양 구도를 아예 망가뜨린 것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하게 보일 정도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염원하던 대만과의 통일에 기반이 되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대만이 더욱 독립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오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초래한 것이다. 전염병 발생이 당연히 중국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사태 초기 이를 은폐한 것, 코로나19로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도발 등 지정학적 혼란을 초래한 것,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방해한 것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의 5G 시장 진입을 허용했던 영국이 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일까. 코로나19로 중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을 고칠 궁극적인 방법은 바로 중국이 말로만 대국(大國)이라 부르짖지 말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과의 극한 대립에도 중국을 옹호하고 함께 서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없는 이유를 시 주석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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