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골프회동 파문] “하필 이 시국에”…품위 잃은 금융기관 CEO

입력 2020-08-11 10:18 수정 2020-08-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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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모펀드 공방’ 다음날 제주서 ‘포스트코로나’ 세미나…금융당국 "필요한 조치 취할 것"

국내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모펀드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세미나에 참가해 ‘외유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기에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장들이 다수 참석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지난달 30일 한국능률협회(KMA)가 주최한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 프로그램 중 하나로 KMA 골프대회에 10여 명의 금융기관장이 대거 참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두고 공방이오갔던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 그다음 날이다.

이번 세미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기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고민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이 연사로 나섰다. 국내 중견 그룹들이 후원 및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본지가 확인한 골프 행사에는 후원·협찬사에 포함되지 않은 다수의 금융기관장이 포함됐다. 공식 팸플릿에도 언급되지 않은 기관장이 골프 행사에만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들은 공식 후원사로서 참가한 것도 아니었지만, 주요 인사로 참가해 자리를 채웠다.

김학수 금융결제원 대표를 비롯해 정지석 코스콤 대표, 김영기 금융보안원 대표, 전승철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 KB금융 경영진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앞서 KMA는 세미나 참가자 중 원하는 사람에 한해 골프대회 참석 신청을 받았고, 세미나 참가자 중 기관장 대부분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진행된 금융기관장들의 골프회동이 자리의 품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매년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도 CEO 하계 포럼을 개최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장들이 제주도까지 가서 강연도 아닌 골프대회에만 참가한 것은 비상식적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역당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침이 내려오고 있고, 금융사와 금융기관에 그때마다 공문으로 안내하고 있다. 공문에는 방역당국이 내린 지침이 담겨 있는데,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내용”이라면서 “과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장들이 골프를 쳤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전후 관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현재로선 구체적 답변을 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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