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골프회동 파문] ‘1인 수백만 원’ 참가비, 공금결제…기관장 비용처리 논란

입력 2020-08-11 10:19 수정 2020-10-0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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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인맥쌓기 등 성격 강한데…공식행사 명목, 회사에서 비용 지불

코로나19 여파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도 동참했던 금융기관장들이 골프 행사가 포함돼 참가비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세미나 비용마저 공적 비용으로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가족도 동행하는 사실상 사적 모임인데도 대표 ‘공식 행사’란 이유로 골프 행사 및 관광 비용을 공적 비용으로 분류해 처리한 것이다.

◇ 금융기관장들, 1인 1000만 원 골프회동 기관 비용으로 처리 = 한국능률협회(KMA)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관한 제46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는 1가족 기준 KMA 회원사에 한해 세미나 강연료만 250만 원이다. 숙박, 항공, 관광, 골프, 렌트 등의 비용은 별도로 내야 한다. 참가비 특별 할인은 KMA 부회장과 이사만 적용된다. KMA 측이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기관별 참가비용을 추산하면 1인당 850만 원이 나온다. 추가로 지출되는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사실상 1인당 1000만 원가량을 지출한 셈이다.

골프 행사에 참가한 금융기관장은 정지석 코스콤 사장,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전승철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등이다.

이들 기관은 엄밀히 말해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업무의 특성과 영역 자체가 공적 성격이 강해 큰 범주에선 공공기관으로 여긴다. 특히 코스콤은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으나, 한국거래소 및 유관기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본지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 기관은 CEO가 공식 행사에 초청됐다는 이유로 관련 비용을 전부 회사 공적 비용으로 처리했다. 골프 행사도 세미나의 한 프로그램으로 간주했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가족에게 쓰이는 비용을 제외하고 원장 관련해서는 전부 기관 내부 연수비용으로 지출했다”며 “여기에는 골프나 추가 부대비용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코스콤 관계자는 “초청받아 간 만큼 행사 공식 비용은 행사 규정에 따라서 기관 비용으로 지급했다”면서도 “골프와 기타 개인 옵션 비용은 개인이 지불했다”고 했다. 나머지 기관은 세부 설명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금융결제원은 “협회에서 확인하라”고 했고, 서울외국환중개 측은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KMA 측에서 공개한 공식 후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나흘간의 하계경영자 세미나에서도 금융산업 관련 내용은 진행되지 않았다. 기관은 공식 초청을 받는 세미나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이들 기관장은 유일하게 골프 행사에만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강연 참가비 명목으로 지출된 250만 원과 그 외 부대비용이 일종의 기관장 인맥쌓기용 비용으로 지출됐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보안원, 서울외국환중개 등은 완전한 공기업은 아니지만 해당 기관들의 독점적 업무나 기관 성격을 보면 코로나19 시국에 골프 회동은 문제가 많다”며 “금융결제원도 자본 성격이 금융사들이 걷은 돈으로 만들어진 곳이기에 이런 식의 출장으로 몰래 돈 낭비하기 좋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 금융기관장들, 앞에선 ‘덕분에 챌린지’ 뒤에선 골프회동 = 더 큰 문제는 이들 기관장이 참가한 시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기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기관장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덕분에 챌린지’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SNS 등에 ‘#덕분에 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국민 참여 릴레이 운동이다.

정지석 코스콤 사장과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등은 7월 중 각각 마스크를 쓰고 손바닥 위에 엄지를 올린 손을 올리며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앞에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뒤에선 정·재계 인사들과 골프를 치는 등 모순적인 행동을 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영당국의 코로나 행동요령을 금융권에 지속적으로 배포했다. 해당 행동요령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지침 사항이 담겼다”면서 “골프회동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해당 내용의 사실관계를 상세히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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