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희숙 신드롬’이 남긴 것

입력 2020-08-11 17:24 수정 2020-08-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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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5분 연설이 최근 화제였다. 여권이 밀어붙인 임대차3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사회적 반향이 컸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여야 할 것 없이 베끼기기 열풍이 불었다. 거대 여당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무력감에 빠진 통합당의 새로운 투쟁모델로까지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준병 의원 등은 윤 의원을 공격했다 싸늘한 민심에 진땀을 뺐다. 윤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윤희숙 신드롬’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윤희숙 신드롬’은 경제학자로서의 탄탄한 논리와 보통사람의 감성, 품격있는 언어에 그런 말을 할만한 자격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 출신이다. 윤 의원은 정부가 개입하면서 임대료가 폭등했던 사례를 제시하며 전세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예상되는 임차인의 피해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짧지만 강렬한 논리가 여당의 파상공세를 덮고도 남는다는 걸 보여줬다.

국민편에서 이야기를 푼 게 주효했다. 통합당은 전형적인 보수 기득권 이미지다. 가진자 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그간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 이유다. 윤 의원은 달랐다.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은 국민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했다. 다수 국민이 박수를 보낸 이유다.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답답한 마음을 뚜렷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을 기다렸던 느낌”이라고 말했다.

품격있는 언어도 돋보였다. 윤 의원 연설에는 독재와 전체주의, 공산주의 같은 이념색채가 강한 전통적인 ‘야당 용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공세에 치우친 기존 야당 연설과는 확연히 달랐다.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는 건 독설이 아니라 보통시민의 정서라는 걸 입증했다.

이 모든 걸 가능케한 것은 최소한의 말할 자격이다. 윤 의원은 여당이 공격한 것처럼 얼마전까지 2주택자였다. 그는 공직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세종 집을 얼마전 팔았다. 1주택자로 지역구에서 집을 빌렸으니 임대인이자 임차인이다. 그의 자격조건에 힘을 실어준 건 다름아닌 여권이다. 청와대조차 주택 처분 강권에도 여럿이 다주택자로 남아있다 인사태풍에 휘말렸다. 그를 공격했던 일부 여당 의원도 다주택자였다.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윤희속 신드롬’은 개인의 부상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의 비정상 정치에 대한 우려와 경고다. 민주당은 176석의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독주하고 있다.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들을 야당과 협의도 없이 단독 강행 처리했다. 입법 독주에 야당은 속수무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는 온데간데 없다. 정치는 실종됐다. 말 그대로 1당 국회다. 국민은 답답하다. 지난 총선은 야당을 심판한 선거였다. 여당이 잘해서 표를 준게 아니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걸 독주 추인으로 착각한 듯한 거여의 행태에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희숙 신드롬은 오만한 여당에 대한 경고메시지다.

통합당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를 통한 정책경쟁을 주문했다. 통합당은 그간 윤 의원의 공감정치와는 정반대 행보로 일관했다. 정책대안을 갖고 여당과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차악이라도 택하겠다는 타협을 포기하니 결과는 늘 최악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은 딴나라 얘기였다. 언어는 품격을 잃었다. ‘공산주의’ 발언같은 이념색채가 짙은 용어들이 넘쳐났다. 다주택 의원 숫자는 민주당보다 많다. 한마디로 기득권에 집착하며 반대만 일삼는 웰빙당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었다. 대통령선거부터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전연패한 건 필연적이다. 윤희숙 신드롬은 이런 구태를 다 털어버리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라는 주문이다. 장외투쟁은 답이 아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치열한 정책경쟁을 벌여야 한다. 부동산법 처리 때처럼 힘에 밀릴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힘이 아니다. 국민 다수를 대변하려는 진정성있는 노력이다. 이를 통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윤 의원이 보여준 교훈이다.

결론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복원하라는 게 민심이다. 민주당은 힘의정치를 당장 중단하고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양보의 자세가 필요하다. 힘의정치를 고집하단 과반의석을 확보해 독주하다 민심을 잃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수 있다. 통합당은 반대당이 아닌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윤희숙 신드롬이 여야에 던진 메시지다.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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