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홍콩 제품 원산지를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기하도록 의무화한다. 이 내용이 담긴 행정규칙 초안은 이날 미국 연방 공보에 공식적으로 게시됐다. 일반적으로 공보에 실리면 45일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새 규칙은 9월 25일 이후 발효된다. 규정을 위반하면 10%의 징벌적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가뜩이나 고전하는 홍콩 경제와 적은 물량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현지 수출기업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다만 홍콩이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은 미미하다. 홍콩의 대미국 무역적자는 지난해에 260억 달러(약 31조 원)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또 올해 1~5월 홍콩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또 홍콩은 이제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기보다는 중국의 재수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붙는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1970~80년대 홍콩은 제조업 거점이기도 했지만 현재 홍콩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1%만이 현지에서 생산된 것이다. 지난해 홍콩에서 약 390억 달러어치 상품이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그중 약 80%가 중국에서 홍콩을 거쳐 재수출됐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재수출 될 때에도 원산지는 엄격하게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기돼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존 마렛 선임 애널리스트는 “큰 그림으로 보면 좋지 않지만 홍콩에 국한해서 보면 금액상으로는 미미해서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본토를 겨냥한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로펌 샌들러, 트래비스&로젠버그(Sandler, Travis & Rosenberg)의 무역법 전문가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새 규정으로 홍콩에서 생산되거나 실질적으로 변형된 제품들이 중국산으로 취급되면서 무역법 301조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