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계 최초 백신’ 타이틀 쥐었지만...안전성·효과는 글쎄

입력 2020-08-12 14:59 수정 2020-08-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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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하다말고 코로나 백신 등록...성급한 사용에 의구심 커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레이스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마지막 검증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성급한 승인에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원격으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안정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도 접종했으며 접종 후 약간의 체온 상승이 있었지만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첫 백신을 ‘스푸트니크V(Sputnik V)’로 명명했다.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서 따온 것으로, 코로나19 백신에서도 ‘세계 최초’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는 대규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서방에선 통상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시험을 거친 후 백신의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한다.

러시아는 등록을 마친 후 3차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교사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이달 접종을 시작해 일반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백신 개발 경쟁에서 접전을 벌여온 ‘맞수’ 미국은 러시아의 최초 타이틀을 평가절하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라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으로 지지율 반전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허를 찔린 꼴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주 “백신 개발이 대선 이전이나 그 무렵 가능할 수 있다”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에 애써왔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명 ‘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신속 개발을 주도했는데, 단계를 생략한 러시아가 승리를 낚아채 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단계를 건너뛴 러시아의 세계 최초 백신 개발을 두고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백신을 제조했다고 해서 안전성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건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가 이를 입증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안전성과의 타협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WHO는 지난주 러시아를 향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일반적 단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에 ‘세계 최초’ 명예를 빼앗긴 라이벌들은 백신 개발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165개 백신 가운데 30개 이상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8개 백신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는 각각 3만 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조만간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단계 생략에서 뒤지지 않는 중국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시노백생물유한공사와 국유 제약사인 시노팜 역시 각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세계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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