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규칙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 임원 10명 중 9명은 ESG 등 기업의 비재무 성적표가 최근 1년간 투자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13일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법인 EY한영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Y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서비스(Climate Change and Sustainability Services, CCaSS) 5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2월 진행된 이번 5차 설문조사에는 전 세계 투자기관 소속 임원급 인사들 298명이 참여했다.
EY CCaSS 조사 결과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적과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지표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중 91%는 지난 12개월 동안 기업의 비재무 성과가 투자의사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비재무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빈번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의 경우 지난 2018년 4차 조사(34%) 대비 10%포인트 가까운 43%로 상승했다.
아울러 98%의 투자기관 임원들은 기업 공시를 기반으로 비재무 실적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2%의 응답자는 ESG 등 기업의 비재무 분야 평가를 위해 체계적인 분석 방법론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3차 조사(32%) 당시 응답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특히 기후변화 관련 정보가 기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73%)이 투자 대상과 의사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의 물리적인 위험 요소를 평가하는데 많은 시간과 관심을 할애한다고 답했다.
매튜 넬슨 EY글로벌 CCaSS 리더는 “자본시장의 규칙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며 기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ESG 요소의 중요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ESG 등 비재무 분야의 중요도는 증가한 반면,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잣대가 되는 표준화된 비재무 데이터의 접근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 관련 리스크 요인에 대한 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투자자의 비중은 지난 2018년 4차 조사 20%에서 이번 5차 조사 결과 34%로 증가했다.
비즈니스 모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와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에 대해 기업들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관 투자자들의 비율도 2년 사이 각각 21%에서 41%(사회)로, 16%에서 42%(지배구조)로 급증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ESG 성적표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응답자 5명 중 4명에 해당하는 82%는 녹색투자 관련 공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독립적인 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은 “기업들의 ESG 정보 공개 범위와 신뢰도에 대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기업들이 위기 대응에 바쁜 상황이지만, 위기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비재무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