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다국적 기업 12곳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들과 콘퍼런스 콜을 통해 위챗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우려를 표했다. 콘퍼런스 콜에 참여한 기업은 애플과 포드자동차, 월마트, 디즈니 등이다. 11일에는 프록터앤갬블(P&G)과 인텔, 메트라이프, 골드만삭스, UPS 등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서명한 행정명령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개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홀딩스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위챗이 사용자로부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해 중국 공산당에 제공한다”며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었다. 행정명령에는 “위챗과 관련된 모든 거래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래 금지에 관한 세부적인 조항이 명시돼있다.
위챗 사용 금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미국 기업이다. 위챗은 중국에서 채팅뿐만 아니라 모바일 결제와 전자 상거래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마케팅 허브로 자리 잡았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장은 “중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위챗 사용 금지가 미국 기업에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은 외국 경쟁 기업에 비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실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도 적지 않다. USCBC가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USCBC 회원사 중 86%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거나 중국 사업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 기업은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입찰에서 제외됐다”고 증언했다.
특히 애플은 위챗 금지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하게 된다면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밍치쿠오 TF국제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챗 금지가 시행되면 아이폰의 글로벌 출하량이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거래 금지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이 완전히 안전한 앱으로 입증이 돼야 한다”며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모든 거래는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15일로 예정된 미·중 1단계 무역협정 점검 협상에서 위챗과 틱톡 금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