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美대선] D-80...한 눈에 보는 대장정 하이라이트

입력 2020-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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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로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딱 80일 남았다. 집권 공화당은 재선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제1 야당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각각 후보로 추대하고 대장정에 올랐다. 민주·공화 양당은 각각 17일과 24일부터 나흘간 전당대회로 대장정의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의외의 복병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당은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굳히기 아니면 뒤집기다.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를 향해 미소 지을 것인가.

◇주인공 빠진 전당대회=미국 대선의 하이라이트인 전당대회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으로 인해 가상으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17~20일 미국 중서부의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원래 7월 13~1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1개월 가량 늦췄다. 심지어 가상 형식으로 치러진다. 미국 전역에서 대의원 수천 명이 참가하는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대규모 감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현장에 가지 않는다.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도 동부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한다.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맡은 다른 참가자도 밀워키까지 가지 않기로 했으며, 주요 행사는 모두 인터넷을 통해 실시된다. 집권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여는데,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원래 샬럿에서 플로리다 잭슨빌로 전당대회 장소를 바꿔 대규모로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원래대로 되돌렸다. 전당대회는 TV로 생중계되며, 시청자들은 여야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의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 재선 열쇠는 ‘경제 살리기’=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열쇠는 단연 경제 살리기다. 순항하던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만났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5.0%(전기 대비·연율)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32.9%로 73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경제의 기둥인 소비 지출이 무너지면서 GDP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또 3월까지 완전 고용에 가깝던 실업률도 4월부터는 계속 두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월 실업률은 10.2%로 4월 14.7%에서 그나마 나아졌다.

2차 대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놓친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뿐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기 침체와 경제 정책 실수였다.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트럼프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3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추가 부양책이 의회에서 체류하자 얼마 전에는 제멋대로 안을 만들어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해버린 트럼프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와중에 현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전시 대통령’을 자처한 것도 현직인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미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3월 중순 이후 트럼프는 매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소독액 주사를 제안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한동안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재개한 이후에는 경제 회생을 위한 대책에 대해 취재진에 적극 공개하고, 기자들의 질의에도 적극 응했다.

바이든도 온라인을 통해 기자회견과 지지자들과의 집회를 정기적으로 가졌지만, 대통령으로서 국민 생활에 하루하루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내놓는 트럼프에 파묻힌 느낌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바이든은 연설 때마다 원고만 쳐다보는 통에 진보 언론 사이에서도 “지루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트위터 팔로어도 트럼프가 3106만 명인데 비해 바이든은 835만 명에 그친다.

그러나 코로나 대응 미흡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한 인종차별 시위 등 악재가 겹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바이든에 역전당한 지 오래다. 리얼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3월 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49%대42%로 바이든이 트럼프를 7%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코로나19 대응의 성패가 재선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선은 트럼프의 신임 투표 색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좌파 프레임’ 딜레마에 빠진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은 당내 거당 체제 구축에 힘써왔다. 승리의 열쇠를 쥔 좌파를 잡기 위해 좌파의 대표 격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의료 등 6개 분야 정책을 조율하는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좌파 정책을 도입할수록 ‘바이든=사회주의자’라는 프레임이 강해지는 딜레마를 안아왔다.

지난 4월 온라인 생방송 이벤트에서 바이든은 “나는 당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 (정권 탈환에는) 당신들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펼쳤던 샌더스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당시 샌더스가 깜짝 출연해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선 뭐든 할 것”이라며 바이든으로의 결집을 촉구하기도 했다.

갤럽의 2019년 정치사상조사에 따르면 ‘보수파’라고 답한 미국인은 37%, 리버럴(좌파)은 24%, 그 중간인 온건파는 35%였다. 트럼프는 기독교 보수파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2016년 당선됐다. 온건파 바이든은 도시지역에 많은 좌파와 온건파의 지지를 모두 얻는 전략을 그린다.

그 전략의 시금석이 샌더스와의 6개 분야에 대한 정책 협의였다. 하지만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의료에서는 샌더스가 민간의료보험을 폐지해 공적보험으로 일원화하는 전국민보험 구상을 내걸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액 의료비 청구에 대한 불안이 퍼져 이 구상은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금까지 전국민보험 실현에는 “중산층의 증세가 필요하게 된다”며 반대해왔다.

사회 문제로 번진 학자금 대출 삭감을 둘러싸고도 바이든은 대상을 저·중소득층으로 한정하는 한편, 샌더스는 모든 학생의 대출을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교·무역 정책에서는 바이든은 국제 공조를 중시하는 입장이지만, 샌더스는 미군의 해외 주둔에 회의적이고, 반자유 무역을 지향하는 발언을 자주해왔다.

바이든이 당내 결속을 중시하는 이유는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 쓰라린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본선에 돌입했다. 클린턴에 반감을 가진 샌더스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투표하러 가지 않는 사례가 많아 트럼프에게 승리를 쥐어 준 한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있다.

반면 바이든이 좌로 향할수록 트럼프에게 비판의 여지를 줄 위험도 커진다. 트럼프는 민주당을 사회주의 세력으로 간주하며 자신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지킬 대선 후보라고 주장한다. 냉전 때 대립했던 옛 소련 같은 사회주의 이미지가 확산할수록 선거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다.

다만, 바이든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해리스는 라틴계와 인도계 부모를 둔 혼혈로,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바이든에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해리스는 언변이 좋아 토론에도 강하고, 79세로 고령인 바이든이 직면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카멀라 해리스와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와 조 바이든. AP연합뉴스
◇격전지 민심이 승패 가른다=트럼프와 바이든이 주력하는 것은 선거 때마다 승자가 바뀌는 ‘스윙 스테이트(흔들리는 주)’로 불리는 격전 주다. 격전주는 오대호 주변 중서부에 몰려있다. 자동차나 철강 등 제조업의 공장이 많아 원래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한 민주당이 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민정책 등에 불만을 가진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모은 트럼프는 2016년 위스콘신과 미시간, 아이오와와 오하이오, 동부 펜실베이니아를 제압했다. 이곳은 모두 2008년과 2012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승리한 주였다.

특히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3개 주는 1992년 이후 민주당이 승리해왔던 만큼, 트럼프가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은 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의 재선을 막은 1992년처럼 바이든이 이 주를 탈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선거인이 세 번째로 많은 큰 표밭으로, 언제나 접전이 펼쳐지는 남부 플로리다도 초점이다. 2016년에는 트럼프가 1.2%P 차이로 승리하고, 오바마가 이긴 2008년과 2012년에도 2.8%P, 0.9%P의 근소한 차이였다. 히스패닉(중남미계) 인구가 많아 다양한 인종을 섭렵할 수 있을지가 승리를 좌우한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승리해 공화당이 강한 ‘레드 스테이트(붉은 주)’로 이번에는 접전이 예상되는 주도 있다. 오바마가 2008년에 이긴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도시에서 좌파의 이주가 증가하고 있는 서부 애리조나다. 인종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대형 표밭인 남부 텍사스에도 민주당은 희망을 걸고 있다.

◇승자독식제의 함정=미국 대선은 4년마다 실시하며, 투표일은 연방법에 11월 첫째 주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올해는 3일. 유권자는 각 당의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지만,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을 뽑아 선거인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간접선거제’를 취한다. 대통령을 의회가 선택할지 국민이 선택할지 절충안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간접선거제이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의 총득표수로 당선이 정해지지 않는다. 주마다 표를 집계해, 대부분의 주에서는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을 모두 획득하는 ‘승자독식제’다. 미국 전역의 선거인 538명의 과반인 270명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당선이 된다.

각주의 선거인 수는 인구에 따라 할당되며, 선거인 수가 많은 주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주는 민주·공화 양당의 색깔이 분명하기 때문에 양당의 세력이 팽팽한 격전주의 승패가 관건이다.

총 득표 수가 더 많아도 격전주에서 지면 패배할 수 있다. 2016년 대선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득표수가 2.1포인트 웃돌았지만, 플로리다 등 격전주에서 많이 이긴 트럼프가 306명의 선거인을 획득, 232명인 클린턴을 압도했다. 선거인 제도는 사표가 많아져 격전주의 영향력이 과대해진다는 폐해도 지적돼 민주당을 중심으로 직접선거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두 후보가 획득한 선거인 수가 269명으로 타이가 되거나 제3당 후보가 일정 수를 획득해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하원, 부통령은 상원이 투표로 선정한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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