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는 청년세대를 상처 입힙니다. 원래 녹록지 않은 노동시장의 첫 진입을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 더 아픈 걱정도 있습니다. 오늘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큰 상처가 우리 사회와 경제의 더 큰 흉터로 남는 일입니다.
한 세대가 경제위기 시기에 큰 규모의 실업을 겪으면 그 세대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이를 ‘이력현상’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세대’인 우리 청년들이 유사한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위기에 실업을 겪고, 위기 후 후배들과 더 거친 경쟁을 살아내야하기 때문입니다. 한 세대의 어려움은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줍니다. 대규모 실업의 이력현상은 인적자원 축적을 저해하고, 이는 총요소생산성을 저하시킵니다. 결국 위기 이후 원래의 성장경로로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이력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나라는 미국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입니다. 청년기 실업률이 다른 세대보다 1%p 높다면 5년 후인 30~34세에 0.146%p 그리고 10년 정도 지났을 때 0.035%p, 15년이 지난 후에도 0.019%p 만큼 추가적인 실업을 겪습니다. 경제위기의 상처가 약 20년 동안 실직 가능성을 높인다고 추정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20년의 이력현상만 분석했지만, 위기를 겪은 세대는 사실상 평생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2020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예측치인 –0.8%가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 이후 전세계 모든 청년세대에 경제적 흉터가 남고 이력효과를 겪으며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적 흉터가 클수록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 과정은 지체될 것입니다.
오늘 청년일자리 문제를 대처한 결과가 이후 회복경로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고용노동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의 국가에서 이력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GDP대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 큰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내용과 규모에 대해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정부와 여당도 고용위기 대응 차원의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큰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도 청년일자리 창출 목표가 큽니다. 3차 추경에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한 7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편성했습니다. 정부 주도로 청년고용 징검다리를 놓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아직 한국형 뉴딜이나 3차 추경에서 편성한 7000억 규모 사업으로 현 청년세대의 이력현상을 대응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가져 온 경제·고용위기의 성격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가변적인 만큼 우리의 정책 운용도 더 적극적이고 유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청년 일자리 실태를 더욱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현 수준의 숫자 통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각 산업, 성별, 지역의 청년들이 각각 어떤 위기를 겪는지 입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계열적으로 들여다보며 고용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활용해야 합니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일자리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 청년세대가 노동시장에서 겪게되는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 흉터가 남지 않게 대처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코로나 경제·고용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