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입맛따라 고르는 집값 통계

입력 2020-08-19 07:00 수정 2020-08-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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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에게 부동산 시장이 잡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책이 나온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 집값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나 통할 주간 단위 시황을 내놓는 것도 문제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급기야 이를 앞다퉈 다루는 언론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까지 내놓았다.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를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 역시 매주 주간 아파트 시황을 내놓고 있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그는 "민간 업체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통계를 내니, 우리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쪽에서 잘못된 자료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답했다.

다소 유치하기는 하나 집값 때문에 국토부가 받아왔던 그간의 수모(?)를 생각하면 일종의 방어책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 통계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편향적 취사선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발언마저도 가볍게 여길 수 없게 됐다.

최근 부동산 관련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은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통계 수치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계 수치를 정부에 유리하게 인용해 논란을 빚었다.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인용할 때는 최신 자료를 기반으로 8월 3일과 10일의 수치를 비교했으나, KB국민은행 자료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8월 10일의 수치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논란이 되자 진 의원은 KB부동산 자료의 경우 갑자기 급등한 것으로 나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집값 상승세가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집값 상승률이 민간 업체보다 낮은 감정원 통계만을 근거로 제시해 비난을 받았다.

감정원은 통계·정보 관리 업무와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이들이 내놓는 자료는 시장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와 야당도 이를 활용함에 있어 보다 객관적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통계 자료를 바르게 만드는 것 보다 통계 자료를 바르게 읽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통계자료가 왜곡되는 이유는 무지(無知)와 고의(故意), 두 가지라고 한다. 많이 배우신 분들이니 만큼 몰라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통계 자료마저 정치 논리로 흔들어서는 안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결국 정부 스스로의 신뢰성까지 흔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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