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돈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16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자 ‘개미’들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결과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주식시장이 단기과열 징후를 보여 투자자들이 한템포 쉬어가길 권하고 있다. 또 불어날 대로 불어난 빚투 규모가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융융자 잔고는 13일 기준으로 15조7940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연 4~9% 이자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개인들이 추가 이득을 얻고자 주로 활용한다.
신용융자 잔고는 올 초 9조 원대에 머물렀다가 코로나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한 3월 중순에는 6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월 들어 증시가 되살아나자 신용융자도 최근 석 달 만에 15조 원대로 불었다.
특히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자 신용융자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7월 13일~8월 13일) 24영업일 중 17영업일 상승하며 2437.53포인트로 연고점을 찍었다. 이 기간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이 9.8% 늘어난 51조1469억 원에 도달했다. 이 기간 신용융자 잔고는 19.64% 증가하면서 투자자예탁금 대비 2배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 씨젠이다.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씨젠을 1646억 원 순매수했으며, 신용융자 잔고를 1294억 원 늘렸다. 씨젠은 코로나 진단키트 대표주로 급격히 치솟던 종목으로, 7일 종가 기준 고점(31만2200원) 이후 주가가 급격히 꺾여 14일 22만1400원까지 추락했다. 막바지 추세에 빚내서 주식을 산 투자자는 반대매매 위기에 몰린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가 실적과 괴리된 채 가열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단기과열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증시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상대강도지수(RSI)가 코스피의 경우 과열 기준선인 70포인트 넘어 90포인트에 접근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지난 14일 코스피가 1%대 하락한 점도 이달 들어 지속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단기 투자자의 경우 일정부분 수익 확보 전략이 유효하다”며 “조정 시 매수하는 경우도 시점을 늦추고 매수 가격대를 여유 있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며 단기 불안심리와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할만한 변수를 먼저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급증한 신용융자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한도로 인해 돈을 빌려주기 어려워지면서 개인 주도의 수급 장세에 힘이 빠질 수 있어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비율이 낮은 중소형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신용공여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며 “실적 시즌 마감 이후 이익실현 매물이 증가할 경우 수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