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설비와 연구개발비(R&D)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의 상반기 연구개발비 합산액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사업장에서 총 1조5653억 원을 시설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1조1850억 원)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신차 출시를 앞두고 생산 설비 보완이 필요한 한국에 1조 원 넘는 투자가 집중됐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멈춘 시기동안 제네시스 GV70 등의 신차 생산 준비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설비뿐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1조3277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2018년 1조460억 원, 2019년 1조1525억 원 등으로 3년 연속 늘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올해 상반기에 각각 8192억 원, 4780억 원을 투자하며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10%씩 늘렸다. 두 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를 넘어섰고, 현대ㆍ기아차의 상반기 합산 연구개발비는 2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의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했다. 생산 차질과 수요 감소가 겹치며 판매 대수는 약 51만대 줄었고, 매출과 영업익도 각각 7%, 29% 감소했다. 그런데도 투자 규모는 되레 늘리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지속할 전망이지만, 투자 확대 기조는 유지될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바탕의 양산차와 제네시스 전기차 등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다양한 신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또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PAV(개인용 비행체)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 작업도 속도를 내는 만큼 투자액은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현대차는 연말까지 3조9588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3조6030억 원)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기아차도 올해 글로벌 사업장에서 총 1조6801억 원을 신제품 개발과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전기차, 수소전기차, UAM 등 미래 사업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