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모펀드의 잇따른 환매중단 사태로 인한 펀드 전반에 대해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직구’ 분위기도 공모펀드에 악재가 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만 13조4670억 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국내채권형(-1조6167억 원)과 해외주식형(-552억 원), 해외채권형(-8870억 원)도 마찬가지로 올해 들어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연초 이후 51조417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국내 전체 공모펀드 판매 잔액은 209조86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88조7183억 원)에 비해서는 대폭 늘어났지만 대부분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전체 자금유입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106조7181억 원)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공모펀드 전체 몸집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신규 설정액 역시 841억 원, 채권형 펀드 4873억 원어치에 그쳤지만, 단기금융 상품에는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4조1012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기존 펀드는 물론 새로 설정된 자금 유입액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운용사들은 울상이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은행들이 사모펀드 대신 공모펀드 위주로 팔겠다는 분위기이지만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펀드 상품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면서 “펀드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도 펀드에 가입할 바엔 직접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 것도 공모펀드에는 타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34%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8.85%)를 앞질렀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 후 지수가 오르는 동안 펀드 투자보다는 직접 특정 종목에 투자해 빠르게 수익을 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면서 “그나마 공모펀드를 찾는 고객들도 대부분 MMF나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정도만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모펀드 활성화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펀드 내 개별 종목을 10% 이상 담지 못하는 ‘10%룰’ 완화 등을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제 부분에서도 공모펀드 투자자에 대한 혜택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국내 주식 직접 투자는 2000만 원까지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공제 혜택이 없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투자 개념으로 투자 문화가 형성되고 자본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