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모바일뱅킹을 어떻게 하나? 스마트폰 다루기도 어려운데….”, “내 나이에는 은행 가는 게 편해요.”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창구를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뱅킹에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바일뱅킹 앱을 발전시키고 오픈뱅킹까지 도입하는 등 앞다퉈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노년층과 장애인은 점점 더 은행 업무 보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은행들이 대책을 마련하곤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는데 노년층과 시각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이 서글픈 현실은 돈과 연결된 금융시장에서도 예외는 없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불평등한 금융 서비스로 직결되는 시대다. 이를 의식한 듯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점포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행태’(2019년 4분기 기준)에 따르면 노인들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률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극히 낮았다. 특히 70대의 경우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높은 진입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연령별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30대가 87%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79.7%, 40대는 67.2%를 기록했다. 이어 50대(51.8%), 60대(32.2%), 70대(8.9%)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 활동을 하는 60대도 10명 중 3명만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70대 이상은 10명 중 0.9명으로 사용자가 채 1명도 되지 않았다.
노년층은 모바일뱅킹 사용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디지털 기기에 낯설고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모바일뱅킹 교육을 해주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기자가 만난 60·70대 노년층 대다수는 모바일뱅킹에 대해 묻자 “내 나이가 몇인데”를 외치며 손사래를 쳤다.
민오희(67) 씨는 “(모바일뱅킹) 해본 적 없다. 로그인하기도 어려운데 무슨… 내 주변에 하는 사람 못 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72) 씨 역시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 혹시라도 실수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할 텐데 나이가 들어 이해력이 떨어지니까 아무도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