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분담해 조직적 중고차 사기…대법 '범죄집단' 첫 인정

입력 2020-08-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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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조주빈 일당 재판 영향 줄 듯

외부사무실을 두고 기업형 중고차 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 나오면서 이른바 ‘박사방’ 조주빈 일당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조직, 범죄단체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전 씨 등 22명에 대해 ‘범죄집단’이 아니라고 본 부분은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전 씨 등은 인터넷 중고차 매매사이트 등에 허위, 미끼 매물을 올려 외부사무실로 찾아온 고객을 속이고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판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 매물을 사기 위해 방문한 고객에게 해당 차량에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 씨 등이 범죄단체를 조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고객 유인, 딜러 등 역할을 나눠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봤다.

1심은 사기 등 혐의를 인정해 전 씨에게 징역 1년4개월, 부대표 격인 유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일당들에게 각 징역 4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이 범죄단체를 조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예비적 공소로 범죄집단 조직·활동 혐의를 추가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2심은 “외부사무실을 중심으로 근무한 피고인들이 합동범, 공동정범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나 구조를 갖춰 형법에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이 범죄단체는 않지만 범죄집단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은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재판부는 “외부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조 등에 비춰보면 형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 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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