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크리스토프 포펜 "자가격리 각오하고 왔지만…'베토벤 교향곡' 통해 희망 찾길"

입력 2020-08-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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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클래식 레볼루션' 구상…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 계획 '변경'

▲독일 출신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독일 출신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어제 연주하기로 예정됐던 베토벤 '영웅' 교향곡 중 2악장인 장송곡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밝은 기운을 갖고 있어요. 이 시기에 걸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출신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은 이달 1일 한국에 들어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한국 관객을 만날 채비를 끝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 1년간 음악감독으로서 프로그래밍했던 롯데콘서트홀 주최 '클래식 레볼루션 2020'을 온전히 펼칠 수 없게 됐다.

먼저 부천필하모닉, 대전·인천·서울시향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불참을 알렸다. 이달 19일 예정됐던 'KBS 교향악단'의 무대는 오전 리허설까지 끝났지만 당일 취소됐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20일 만난 포펜은 "어둠이 빛보다 우세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베토벤의 공연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작은 방에서 2주간 아무도 보지 못한 채 자가격리 기간을 가졌어요. 처음 경험하는 거라 힘들었죠. 한국에 오기 전까지 오는 게 맞는지도 고민했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 때문에 왔습니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이달 17일 개막해 3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포펜은 '베토벤'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베토벤이라는 한 명의 작곡가로 전체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피아노협주곡, 쉽게 연출되지 않았던 작품을 레퍼토리에 넣음으로써 완성도를 꾀했다.

"관객이 베토벤의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모두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그램을 생각했어요. 그의 초기, 중기, 후기의 음악이 모두 다르기에 모두 담으려 했죠.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중요한 건 '실내악'이에요. 일요일(23일)은 하루 온종일 실내악으로 꾸미기도 했어요. 젊은 시절, 야망과 자부심이 가득했던 베토벤은 피아노 삼중주와 사중주로 꾸몄죠. 이후 귀가 들리지 않아 우 울증을 경험하고 자살 직전에 이르렀던 베토벤과 고통을 극복하고 아침해처럼 영혼의 아름다움을 맞이한 철학자와 같은 베토벤도 구분했고요."

특히 포펜이 주목한 건 베토벤 음악 속에 숨겨진 '유머'다. 베토벤은 고통을 겪은 이후 음악 안에서도 본질적인 관점을 표현한다. 개인적인 감정을 넣으면서도 작곡 안에서 균형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포펜은 주목했다.

"힘든 시기에 만들어진 노래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발견할 수 있어요. 1년간 페스티벌을 프로그래밍했는데 모든 일정이 취소됐어요. 저 역시도 어떤 면에서 비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희극을 찾아보려고 해요. 베토벤의 음악처럼요."

이달 30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기로 예정됐던 공연은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조은화 한스아이슬러 음대 교수가 작곡한 'tantot libre, tantot recherch'(때로는 자유롭고 때로는 원했다)와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이다. '때로는 자유롭고 때로는 추구하며'는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조 교수가 작곡해 초연하는 곡이다.

포펜은 연주자의 모습으로도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이달 25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함께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지휘자로만 활동했는데 바이올린 연주자로 무대에 서 리사이틀을 열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포펜에 따르면, 유럽에선 현재 간헐적으로 공연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그 역시 6월에 독일에서 연주를 진행했고, 9월부터 이전과 같은 일정을 이어나간다는 계획도 있었다. 다만 오케스트라도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꾀해야 했다.

"무대 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오케스트라의 단원 수가 변동될 수밖에 없었어요. 오케스트라마다 플랜 A,B,C를 세워놓고 경우의 수에 따라 연주를 준비하고 있죠. 복잡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잘 정리돼가고 있는 절차라고 봐요."

▲크리스토프 포펜.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크리스토프 포펜. (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그는 올해 공연에 대한 아쉬움 대신 내년에 펼친 축제에 대한 구상을 '벌써' 내놨다. "올해는 베토벤 한 명에 집중한 프로그램이라면, 내년에는 두 개의 트랙으로 공연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내년 100주년을 맞는 피아졸라와 그가 영향받은 음악가를 조명하려고 해요. 베토벤을 롤모델로 삼았던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을 실내악으로 선보이는 것도 올해와 연결고리가 되겠죠."

현재 뮌헨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실내악 담당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뉴 베토벤'을 꿈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매일 훈련을 한다는 것 외에도 성숙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왜'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많은 학생이 대답하지 못해요. 누군가는 그냥 음악이 좋아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성공하고 싶어서라고 말하죠. 힘든 시기가 와도 믿음을 갖고 버틸 수 있는 음악가가 됐으면 합니다. 내면이 강한 훌륭한 음악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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