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 달러' 38년 걸린 애플, 2조 달러 달성엔 불과 2년...초고속 성장 비결은?

입력 2020-08-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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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시가총액이 19일(현지시간) 장중 2조 달러(약 2356조 원)를 돌파하며 미국 상장기업 역사를 다시 썼다. 2018년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엄밀히 따지면 3월 중순 주가 하락으로 시총이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불과 5개월 만에 배로 불어났다. 애플의 ‘파죽지세’를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실적,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꼽힌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장중 한때 468.65달러까지 치솟으며 시총이 2조 달러를 넘겼다. 애플의 시총이 2조 달러가 되려면 필요 최소한의 주가가 467.77달러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훌쩍 넘긴 것이다. 다만 오후 들어 주가는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날보다 0.13% 오른 462.83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으로는 시총이 1조9790억 달러에 그쳤다.

전 세계 기업 중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에 이어 애플이 두 번째가 됐다. 다만, 사우디아람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폭락을 겪으면서 주가가 주저 앉았고 이달 초에는 애플에 세계 시총 1위 자리도 내줬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0% 뛰며 수직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죽을 쑤는 상황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셈이다. 미국 주요 기술 종목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33%,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15% 상승도 훨씬 웃돌았다.

우선 애플이 코로나19라는 척박한 환경에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는 오히려 애플 실적 상승에 호재가 됐다. 재택근무 및 원격 교육 확산으로 PC인 ‘맥’과 태블릿PC ‘아이패드’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나타냈다.

이에 애플은 2020회계연도 3분기(4~6월) 시장 예상을 깨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한 600억 달러를 기록, 5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해당 기간 맥 또는 아이패드를 구입한 소비자 가운데 절반은 첫 구입자였다”고 강조했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MS) PC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으로 갈아탄 셈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익숙해지면서 애플의 다른 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4%에 달한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 2대 주주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애플이 기술기업이 아닌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한 소비재 제조업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애플이 구축해 놓은 브랜드 파워가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애플은 2012년 이후 9년간 총 4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본 효율성을 개선해 왔다. 9년 연속 배당금도 늘렸다. 시가 총액에서 선두를 다퉈온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무배당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멈춘 것과 달리 애플은 현금 흐름 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과 부채가 같은 수준이 될 때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계속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중시하는 ESG 투자에서도 발군의 행보를 뽐내고 있다. 지난 5월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흑인 커뮤니티 지원 활동에 1억 달러를 쾌척했다. 7월에는 2030년까지 전 제품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로 억제하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제품 개발부터 사회적 책무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 브랜드 이미지를 갈고 닦은 전략이 결국 소비자와 투자자를 모두 끌어안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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