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으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인력의 50% 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선다. 재매각 성공을 위한 절차라는 게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인력을 감축하기 위해 이달 말(31일)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다. 이어 추석 명절을 앞둔 내달 말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현재 직원 약 1300명의 절반 이상인 700명 내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감축 규모는 보유기재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50% 이상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14대의 항공기 중 10여 대는 반납하고 5~7대 규모로 운용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후 재매각을 위해 18일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사모펀드(PEF) 2곳 등과 법정관리를 전제로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재매각을 위해서는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사 측은 18일 조종사노조와 근로자대표 등에 회사 재매각 성사를 위해 100% 재고용을 전제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매각을 포기한 상태에서 인수자를 찾으려면 조직 슬림화가 절실하다. 구조조정을 통한 매각가 조정도 필수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 금액인 545억 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월부터 전 노선이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6개월째 매출이 없는 상태인 데다, 체불 임금을 비롯한 미지급금이 1700억 원 가까이 남아있는 탓이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 비용과 고정비는 하루하루 쌓이고 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해도 매각 효율성이 얼마만큼 높아질지도 의문이다.
체납된 임금이나 조종사의 운항 자격을 위한 고용 유지, 퇴직금 문제 등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이들에게 추후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직원들에게 얼마만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희망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액과 위로금 지급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아가 인력 감축으로 퇴사하게 될 직원 가운데 희망 퇴직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안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포함한 모든 회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더라도 신규자금 지원(DIP 파이낸싱ㆍ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통해 당장 국내선 운항 재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일부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회생이 아닌 청산 절차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했으나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인수가 무산됐다.
국내외 여행객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의 타격이 컸고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탓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SPA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몸집을 줄인다면 재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핵심 인력만 남기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면 이스타항공이 가진 운수권의 가치에 관심을 보이는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부채가 많아 그걸 떠안을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