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라는 극약 처방이 오히려 희소성을 부각시키면서 수요를 자극하는 모양새다. 대출도 안되고 갭 투자도 불가능하지만 현금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 (강남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며 대치·삼성·청담·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효과는 미미한 모습이다. 규제 후 거래량만 급감하고 가격 급등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은 못잡고 거래만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강남구·송파구에 따르면 대치·잠실·삼성·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 6월 23일부터 이날까지 두 달 간 거래가 허가된 주거용 부동산은 총 89건으로 집계됐다.
동별로 잠실동 27건, 삼성동 22건, 대치동 21건, 청담동 1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이들 4개 동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가 635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4%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거래 허가 건수가 4개 동에서 두 달 동안 16건에 불과했다.
이같은 거래량 급감은 6·17 대책으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4개 동에서 대지면적(지분포함) 18㎡ 이상인 주택을 사려면 계약 체결 전에 관할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아도 바로 입주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상가 건물의 경우 직접 영업해야 한다.
거래량은 줄었으나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까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 84.83㎡는 지난달 28일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 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이전인 지난 6월 22일에 21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같은 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5㎡도 지난달 27일 23억 원 에 매매돼 허가제 시행 직전 최고가(21억5000만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인근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는 지난달 27일 20억5000만 원에 팔려 역시 허가제 시행 직전 가장 높은 금액(19억5000만 원)보다 1억 원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도 지난달 21일 23억 원에 매매가 성사돼 규제 시행 전인 6월 15일에 기록한 이전 최고가(22억1500만 원)를 갈아치웠다.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전용 156.97㎡도 지난 3일 21억 원에 실거래가 등록되면서 지난 6월 20일 거래가(19억3000만 원)보다 1억7000만 원 뛰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자산 매입도 현금자산 보유 가구 중심으로 고가 시장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가 자산 가치가 적은 물건부터 처분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