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시대 열린다] ①비트코인 도전에 디지털화폐 직접 만드는 중앙은행들

입력 20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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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달러 패권 흔들 기회로 보고 CBDC 도입 속도 내…미국 연준, MIT와 협력해 수년째 연구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에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분산형 가상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의 대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를 통한 기존 금융시스템이 위협받자 아예 자체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발행 주체가 파산해 사용할 수 없는 리스크가 거의 없어서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보다 안정성이 훨씬 높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농촌이나 취약계측이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등 가상화폐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은 CBDC가 미국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CBDC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최근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과 일본은행(BOJ)도 이에 뒤질세라 CBDC 경쟁에 뛰어들었다.

18일(현지시간)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선전과 청두, 쑤저우와 베이징 인근 신도시인 슝안 신구와 202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2년 뒤 동계올림픽을 기해 디지털화폐 도입을 공식화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이들 시험 지역에서는 공무원 급여나 대중교통 요금 지급 등에 디지털화폐가 일부 쓰이고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앱에 등록한 뒤 계정에 디지털화폐를 충전, 결제하거나 송금할 수 있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중국은행(BOC), 농업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협력하고 있다. 또 인민은행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도 지난달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주타이후이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고안한 디지털화폐와 결제 시스템의 최종 목적은 현금 유통을 일부 대체하는 것”이라며 “외국인들도 디지털월렛을 통해 단지 간단한 등록만으로도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국경 간 결제가 간소화해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CBDC가 미국 경제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해야 한다”며 “그것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1월 프렌치 힐 하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이슈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현재 연준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불과 1년도 안 돼 CBDC에 대한 태도가 바뀐 셈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13일 “연준이 아직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우리는 내부 작업은 물론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협력해 이미 지난 수년간 가상의 디지털화폐를 개발해 테스트와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월 영국과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일본 등 5개국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BIS)과 CBDS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독일 재무부 핀테크위원회는 7월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디지털 유로’는 국가 간 결제 효율성 향상과 결제 자동화, IT 보안 등으로 독일과 유럽 경제 전체에 유익하다”며 디지털 유로 개발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이미 유럽연합(EU) 전체의 노력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CBDC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이미 2017년부터 CBDC인 e-크로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올해 2월에는 실사용 테스트를 개시했다. 1년간의 시험을 거쳐 결과가 긍정적이면 정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BOJ는 지난달 20일 결제기구국 내에 CBDC 검토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은 ‘디지털화폐그룹’을 신설했다. 10명 정도가 소속된 이 그룹 수장은 국장급의 오쿠노 사시오 심의역이 맡게 됐다. 앞서 2월에 결제기구국에서 CBDC 연구팀을 발족했는데 이를 개편해 정식 조직으로 격상한 것이다.

CBDC 개발은 선진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BIS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한 전 세계 66개 중앙은행 가운데 80% 이상이 현재 CBDC를 연구하고 있다. 중앙은행 중 10%는 3년 이내, 20%는 4~6년 안에 CBDC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자체 디지털화폐 발행 타당성과 정책적 영향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인도 비영리조직 내셔널스마트거버넌스연구소(NISG)는 1월 발표한 ‘블록체인에 대한 국가전략’ 초안에서 ‘디지털 루피’ 발행을 건의했다. NISG는 “CBDR은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약 12억 명에 달하지만 은행 계좌는 5억8200만 개에 불과한 괴리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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