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우려했던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 시행에 전세의 월세 및 반전세(보증부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전세난이 극심했던 2015년 수준을 뛰어넘는 최악의 전세난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이날 기준 3675건을 기록 중이다. 7월 거래량(8146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2091건(7월)에서 819건(8월)으로 61% 급감했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각각 59%, 58%씩 줄었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9월 말에나 최종 집계가 가능하지만 크게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월 미신고분이 이미 신고된 물량 만큼 나온다고 해도 이달 총 전세 거래량은 7300여 건에 그쳐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전세난이 가장 극심했던 때는 지난 2015년이다. 입주 물량 감소와 재건축ㆍ재개발 이주 수요 증가로 그 해 9월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419건까지 떨어졌다. 2011년 서울 전세 거래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올해 8월 전세 거래량이 만약 이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서울 전세시장이 최악의 품귀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장기화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실거주 요건 강화 조치 등의 규제로 전세난이 가시화되던 중에 정부가 임대차법을 강행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KB부동산이 매달 발표하는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185.4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200에 가까워질수록 공급 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번주(8월 넷째주)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90.1까지 올라섰다.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이달 서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5억 원을 돌파했다. 전세보증금을 더이상 자유롭게 올릴 수 없다는 염려에 집주인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높인 영향도 컸다. 정부 규제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매물 부족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증가할 경우 서울 아파트 전세난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