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LG화학, SK이노베이션 국내 소송전서 1승…"6년 전 합의 파기 아냐"

입력 2020-08-27 15:41 수정 2020-08-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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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사 배터리 특허 합의는 한국에 한정"…SK이노베이션 항소 예고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특허와 관련된 격전 끝에 먼저 승기를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특정 배터리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기로 6년 전 맺은 합의를 LG화학이 파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소송에서 정당성을 얻고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 전담재판부인 63-3민사부는 27일 미국에서 제기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며 소 취하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특허침해 소송도 연이어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0월 LG화학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ITC에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중 대상 특허 1건이 과거 양사가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분리막 특허(KR 775,310)에 대해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으며 이는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법원은 이 합의가 한국 특허에만 한정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소송 취하 청구는 법리적으로 보호할 이익이 없다"며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합의한 내용에는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LG “법원의 판단 존중”, SK “항소 나설 것”=1심에서 승소한 LG화학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닌 지난해 LG화학으로부터 제소당한 미국 영업비밀침해소송과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국면전환을 노리고 무리하게 이뤄진 억지 주장이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로써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판결문을 분석해 상급심 항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국내에 한정해 부제소하는 합의, 그것도 소송을 먼저 제기한 LG 측의 패소 직전 요청에 의한 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었으며, 이는 양사 합의의 목적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LG화학이 패소한 후 체결된 합의서에 대해 5년여가 지나서 합의 취지를 벗어나,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ITC 최종 판결 전망은?=국내 법정 공방의 첫 승리는 LG화학이 거뒀으나, 아직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ITC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인력을 빼내 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며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검토를 진행 중이며 10월 5일 최종 결정이 나온다.

만약 ITC의 최종 판결 이전에 양사가 배상금 등과 관련해 합의에 나선다면 순조롭게 이번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협상까진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조’ 단위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사는 ITC와 미국 델라웨어 연방 지방법원 민사소송 등 배터리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끝까지 성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기술 침해와 피해 범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합의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는 별개로 배터리 산업 및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협상 재개의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실무진의 합의가 어려운 경우 그룹의 총수나 정부의 개입까지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대로 합의 없이 ITC 최종 판결이 난다면 이번 소송전은 수년에 걸친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조기 패소 판결이 뒤집힌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미루어 보면 LG화학의 최종 승소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예비 판결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과 관련해 사상 최초로 배심원 5명 전원이 전면 재검토 판결을 내린 만큼 ITC의 최종 판결도 LG화학의 승리를 100% 확신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LG화학이 승소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국 내 일자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수조 원의 현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줘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걸고 수입 금지까지 60일의 유예기간을 벌 수도 있다. 이 기간에 양사의 합의 가능성도 있다.

이후 결과에 따라 양사는 연방 법원과 델라웨어 법원에서 수년에 걸쳐 소송을 진행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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