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본사 사옥 이전을 통해 심기일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고객정보 유출, 재벌 총수 사퇴 등 대내외적으로 아픔을 겪었던 기업들의 사옥 이전이 눈에 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소재 건물을 198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그룹은 내년 1월말 경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면 건물 보수 등을 거친 뒤 5월 경부터 현대상선 등 전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입주시킬 예정이다. 현대그룹 측은 "이번 사옥 마련을 계기로 대부분 계열사가 한 건물에 입주하게 돼 계열사간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사옥 이전은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에서 고전했던 올해의 악몽을 털어내고 현정은 회장 취임 5주년을 맞아 그룹의 제2도약을 위해 각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한 이벤트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는 현재 입주한 여의도 건물을 떠나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회현동 소재 SK그린빌딩에 새 둥지를 튼다. 현재 부서별 이전 날짜를 조정 중인 SK브로드밴드는 다음달 8일부터 사업부별로 이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의 이번 사옥 이전은 하나로텔레콤으로 회사 명을 바꿨지만, SK그룹에 대한 별다른 소속감을 느끼지 않다가 이번 기회에 SK그룹 소유의 빌딩으로 입주하게 되면서 '계열사'로서 소속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객정보유출 등 악재를 청산하고 SK그룹 일원으로서 위상을 다지는 한편, SK텔레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순이다.
SK그린빌딩은 SK텔레콤을 비롯해 SK에너지, SK해운 등 그룹계열사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현재 SK C&C가 사용 중인 7층부터 11층까지 5개 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해운업계 '빅4'인 대한해운은 서울 인사동 대일빌딩을 떠나 오는 21일 삼성동 봉은사 인근에 지상 9층 규모로 완공한 자체 신규사옥에서 '삼성동 시대'를 연다.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남대문을 중심으로 있는 반면 대한해운은 포스코, 한국전력 등 대형 화주가 위치한 삼성동 일대에 사옥을 마련, 차별화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달 강북시대를 마무리하고 서울 강남에서 '뉴 삼성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이달 중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과 인근 사옥에서 서초동 사옥으로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타운은 총 3개동으로 구성된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타운으로 종전 태평로 삼성 본관 역할을 대체하게 된다. 삼성그룹의 이번 신사옥 이전은 이건희 회장 퇴임과 전략기횔실 해체에 따른 독립경영 체제 출범을 확고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LS그룹은 안양 LS타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월 광화문 기존 사옥(퍼스트타워) 맞은편에 세운 본관(메인타워)에 올 하반기 각각 입주를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을 치렀던 LG텔레콤은 지난 달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단지에 신사옥을 준공했고 M&A를 추진 중인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지난 8월 마포에서 명동 나라키움 빌딩으로 이사하면서 재도약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