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마이너스의 유혹

입력 2020-08-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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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차장

10여 년 만에 ‘마이스너 카드’가 부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가계 소득이 줄고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 규모가 급증하자 카드업계도 대출 수요 잡기에 나선 것이다.

마이너스 카드는 카드사들이 대출사업을 확대하면서 한때 유행했던 상품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카드대출을 해주면서 무더기 부실사태가 발생한 2002년 카드대란 이후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유일한 마이너스카드 상품은 신한카드가 2008년 출시해 판매 중인 마이너스론이었다. 종적을 감췄던 마이너스 카드가 재개된 것은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의 ‘2020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은 936조5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7조6000억 원 늘었다. 7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245조6000억 원)은 3조7000억 원 늘었다. 주요 카드사 7곳에 따르면 6월 기준 카드론 이용액도 3조9415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7%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경제 사정 악화로 인한 생활자금인지, 주식투자용인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막힌 주택구입 자금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대출은 늘고 있다.

마이너스 카드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카드대출 서비스다. 비슷한 대출상품인 카드론과 비교해 거래가 간편하고 자유롭다. 카드론은 한 번 대출금액을 상환한 뒤 다시 대출을 받으려면 재약정을 해야 한다. 게다가 연체가 계속되면 신용등급도 하락한다. 하지만 마이너스 카드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원할 때마다 돈을 빌릴 수 있다. 담보가 필요없어 대출 절차도 간편하다. 사용한 금액과 기간만큼 이자를 지불하고, 수시로 쓰고 갚아도 대출 건수가 1건으로 잡히기 때문에 개인 신용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최근 우리카드는 고객 신용도에 따라 연 4.0~10.0% 사이의 범위 내에서 금리가 결정되는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이용 한도는 최고 1억 원이며, 약정기간은 1년으로 신용도에 따라 연 단위 연장이 가능하다. 롯데카드도 마이너스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려되는 것은 연체율이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한 고객들이 상환을 제때 못해 연체율이 이미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카드 상품 활성화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대출 연체율은 5월 말 1.8%로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1월 1.5%보다 0.3%P 상승했다. 2월에는 전달보다 0.5%P 상승한 1.8%였다가 3월 1.6%로 다소 주춤한 뒤 4월 1.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카드사에서 한도를 열어줬다는 것은 미사용충당금에 대한 부담을 안는 것이다. 대출기간 신용도에 변화가 생기면 신용등급 조정ㆍ한도 축소 등 카드론처럼 즉각적인 대응도 어렵다. 코로나 충격으로 돈을 갚지 못하는 신용대출 고객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

그만큼 카드사는 명확한 발급 기준을 세우고 철저한 심사를 통해 카드 발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부실 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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