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중동 첫 최저임금 도입

입력 2020-08-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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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월 750리얄에서 25% 인상한 월 약 33만원으로 개정

▲카타르 도하의 한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도하/로이터연합뉴스
▲카타르 도하의 한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도하/로이터연합뉴스
카타르 정부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법으로 강제했다. 노동법을 개정해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악용 가능성 지적을 받아온 ‘카팔라(후견인)’ 제도를 폐지했다. 중동 걸프지역 6개 국가 중 처음으로 진일보한 노동법 개정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그동안 권장액이었던 월 750리얄에서 25% 인상한 월 1000리얄(약 33만원)로 정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6개월 유예기간 뒤 시행된다.

이번 노동법 개정은 국내 및 이주 노동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취지인데,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9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한 것이다.

외국인 이주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월급 외에도 숙소 또는 월 800리얄의 주거·급식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개정 노동법에 따라 임금을 체납하거나 주거를 제공하지 않는 고용주는 엄하게 처벌받는다. 또 노동자가 이직할 때 사업주로부터 허가를 얻어야 하는 조건도 폐지했다. 카타르 정부는 다른 중동 지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 계약이 끝나기 전에 이직할 때 전 고용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카팔라 제도를 유지해왔다.

이로써 카타르는 중동 국가 가운데 차별 없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카팔라 제도를 폐지하는 첫 국가가 됐다.

카타르 노동부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 없는 최저임금을 법제화하고 카팔라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노동 시장을 개혁하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라면서 “카타르와 외국인 노동자, 고용주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자평했다.

카타르가 이처럼 파격적인 노동법 개정에 나선 것은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국에 선정된 게 도화선이 됐다. 축구대회 개최를 위한 경기장 부대시설 건설을 위해 외국에서 노동자를 대규모로 채용했는데 열악한 처우와 인권 상황이 알려지게 되면서다.

국제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카타르 정부의 노동법이 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카타르의 노동법 개정에 대해 국제사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법 개정은 상당한 진전이며 이정표”라면서 “그러나 최저임금이 여전히 낮은 상태로 더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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