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찰 '삼성 합병 의혹' 이재용 불구속 기소…“조직적 불공정거래 행위”

입력 2020-09-01 14:42 수정 2020-09-0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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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사심의위 압도적 불기소 권고 걷어찬 검찰의 독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합병ㆍ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의 압도적인 불기소 권고를 걷어찬 검찰의 독선"이라며 날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앞서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 원 늘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러한 의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한 승계계획안에 따라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합병이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및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최소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한 채 총수 사익을 위한 합병이 이뤄져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에게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불공정 합병 논란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등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고 봤다.

김종중 사장,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의 위증 혐의로도 각각 기소됐다.

검찰은 올해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고위 임원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지난 5월 이 부회장을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수사심의위는 법률가 등 14명으로 구성된 현안위원들의 논의를 토대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팀은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검찰 발표 직후 삼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유독 이 부회장에 대해서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검찰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권고만 선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심의위 제도를 악용해 '검찰 개혁'에 역행한 것"이라며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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