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정농단에 합병 의혹까지…길어지는 법원의 시계

입력 2020-09-01 14:52 수정 2020-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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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재판부 기피 신청 결과 올해 넘길 수도…사법리스크 커져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합병 의혹과 관련해 시세조종,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법원을 오가는 시간도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이미 3년 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 추가 기소로 법정 공방이 장기화함에 따라 사법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혐의가 복잡한 데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장기간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만 20만 쪽에 달하는 데다 수사 대상 관계자들이 300여 명에 이른다. 검찰이 압수한 디지털 자료만 2270만 건(23.7테라바이트) 분량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 유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참여한 김영철 부장검사가 팀장을 맡는 특별공판2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3년 전부터 서초동 법원을 오가고 있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353일간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석방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50억 원의 뇌물과 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도 집행유예 유지를 위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기피 신청을 하면서 심리가 중단됐다. 재판부 기피 신청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으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멈추게 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년 법관 인사 때까지 결론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이번 합병 의혹 사건의 피고인으로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된다.

상황에 따라 두 사건을 병합해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 합병 의혹 사건은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을 두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두 사건이 병합돼 진행된다면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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