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엄포에 고리대 내리는 증권사

입력 2020-09-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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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신용거래융자 추이(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최근 3개월 신용거래융자 추이(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최근 막대한 저금리와 유동성을 배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며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중에도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장이 제도를 손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증권사들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달 2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공시하는 28개 증권사 가운데 기준금리가 0%대로 돌입한 지난 3월 이후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6곳 밖에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고객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은 91~120일 기준 9.5%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고, 자기자본 규모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7.2%), NH투자증권(8.4%), 한국투자증권(8.8%), 삼성증권(9.3%), KB증권(8.7%) 등도 7~9%대 이자율을 고수하고 있다.

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SK증권 등으로 91~120일 기준 9.9% 이자율을 적용 중이다. 이어 하이투자증권(9.6%), 키움증권·한양증권·IBK투자증권·부국증권(9.5%) 순으로 이자율이 높다.

증권사들은 보통 한국증권금융에서 2% 초반 이율로 자금을 조달해 와서 가산금리를 7%포인트를 붙여 고객에게 이자를 받아왔다.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반대매매 활용 등으로 원금 회수 위험이 낮은데도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위원장의 발언 한마디에 증권업계 기류 감지가 변화되고 있다.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미래에셋대우는 신용거래약관을 개정하고 오는 9월28일부터 영업점 외 계좌(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춘다고 공지했다. 예탁증권담보대출에도 똑같은 금리가 적용된다.

같은 날 케이프투자증권도 약관을 변경하고, 기존 8.5%이던 30일 미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6.5%로 2.0%포인트 내렸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대용비율을 기존 80%에서 75%로 낮췄다. 이 비율이 줄면 그만큼 융자금액이 축소된다. 대출조건을 높여 추가 잔액 상승을 막자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주무부처 격인 금융위원회가 뒷북 행정을 벌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증권사들의 고금리 장사를 이미 인지하고 있던 금융위는 당초 지난 해 말 예정이던 규정 변경을 1년 가까이 미루며 방관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조달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증권사들의 고금리 행태는 이해할 수 없고 금융위의 지적에도 내리는 시늉만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개선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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