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문닫는 게 낫다"…거리두기 2.5단계로 임대료 부담 커진 소상공인

입력 2020-09-01 15:42 수정 2020-09-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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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업중앙회, "긴급재난지원금 추가편성해 달라" 성명서 발표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텅빈 홍대 거리 (신태현기자)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텅빈 홍대 거리 (신태현기자)
#. 서울시 송파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며칠 전 폐업을 결심했다. 근처 중·고등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데다 근처 학원마저 휴원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 오피스상권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자 안도했다. 그는 재계약 포기 의사를 임대인에게 전했고 운영하던 커피전문점은 인테리어 철거에 들어간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임대료조차 버거웠던 그에게 계약 종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일주일간 영업이 중단되는 일부 업종은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영업의 경우 일주일 영업이 중단될 경우 월 매출의 20%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고정비가 그대로 지출될 경우 수익률은 크게 낮아진다. 심할 경우 적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면서 임대료 면제와 삭감에 동참하는 임대인들이 늘어났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임대인들도 부담이 커지면서 경감 조치를 속속 해제하는 분위기다. 매출이 감소한 데다 영업제한 규제까지 덮친 자영업자들의 부담만 커진 셈이다.

특히 외식업종의 위기감이 크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1일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가편성으로 침체된 외식업을 살려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외식업중앙회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6월 외식 소비에 반짝 회복세가 있었으나, 7월에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방안’으로 외식업은 60% 이상 매출이 감소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중앙회는 △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임차료 및 인건비 지원 △세금 감면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금 추가 지급 등을 요구했다.

실제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 전국에서 외식업은 ‘보복적 소비’에 따른 반짝 특수를 누렸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본격 지급된 5월 둘째 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3~19일)과 동일하거나 일부 지역은 전년 매출을 웃돌았다. 경기(7%)와 경남(6%), 부산(4%), 세종(3%), 인천, 전남, 전북(이상 2%) 등은 코로나19라는 위기에도 불구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사용이 종료된 7월부터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절벽이 다시 심각해졌다. 임대료까지 정상화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긴급경영자금 지원, 임대료 경감지원 조치 등 세 차례 추경을 통해 진행했던 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있으며 추가 대책은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정부가 앞서 펼쳤던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정부가 소상공인 임대료 보전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많았지만 실효성이 낮았다”며 “‘착한 임대인’을 만나거나 공공기관에 입주하지 못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착한 임대인 운동 △지자체 소유재산 임대료 인하 △공공기관 소유재산 임대료 인하 등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꾀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는 전통시장·상점가 점포는 총 562곳에 그친다. 임대인은 3862명이, 점포는 3만1899곳이 참여했다. ‘임대료 인하’ 행렬이 이어지던 연초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임대료 인하에 따른 세액공제 기간 종료도 착한 임대인 증가에 제동을 건 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내놓은 세액공제 기간은 올해 1~6월이다. 이미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액공제 혜택을 50% 제공이 종료된 만큼 임대료 인하에 나설 임대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서른 평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J씨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올들어 한차례도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했다. 8월 31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매장을 운영한 결과 일 매출은 평일의 절반, 주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2층 점포를 임대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K씨도 3월부터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지만 매월 200만 원의 임대료만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그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계약을 해지할 경우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추가 부담이 커 매장을 접지도, 양도하지도 못하고 임대료만 허비하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는 기존 임대료 지원 사업을 연장하는 대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지원책을 늘리고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영업에 제한이 생긴 식당과 PC방, 노래방 등 집합금지 조치 업장에 대해 임대료를 8~9월에 한해 직접 지원하고, 임대료 한정 금융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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