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 현 수준에서 약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지식경제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지난 7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 현재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면서 수십년만에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철 등 비에너지류 원자재 19종의 가격지표인 국제원자재 가격지수(RJ/CRB Indexes)는 올해 1월 363.9에서 7월 438.6으로 급등한 뒤, 다시 올 10월 290.9로 급락했다. 지난해 1월 지수가 29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원자재가격이 짧은 시간안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고철은 올 7월 t당 756달러였으나 10월 344달러로 54% 하락했으며, 구리 등 비철금속도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후 30~40% 하락했다.
구리는 7월 평균 t당 8413달러에서 10월 평균 4925달러로, 알루미늄은 7월 t당 평균 3070달러에서 10월 평균 2121달러로, 니켈은 7월 톤당 평균 2만156달러에서 10월 평균 1만2133달러로 떨어져, 각각 41%, 31%, 40% 급락했다.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소재인 납사가격도 지난 7월 t당 평균 1198달러에서 10월 559달러로 53% 급락, 반토막이 났다.
이같은 하락세는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투기자본의 원자재 시장 이탈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도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철강·석유화학 등 1차 수요산업의 감산과 구매지연 등으로 인해 국제원자재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원유시장은 경기침체 공포로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3일 배럴당 63.91일에 거래된 후 4일 70.53달러, 5일 65.30달러, 6일 60.77달러 등 급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역시 3일 배럴당 60.44달러, 4일 55.21달러, 5일 59.36달러, 6일 56.21달러로 등락을 거듭,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라 석유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 수요량은 감소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큰 것은 심리적 요인 때문으로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가격 인하 압박…제품가격 이어질 듯
반면 국제 원자재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원자재업계의 가격 반영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가격 하락분을 조기에 반영하도록 업계를 압박하고 나서 국내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철근과 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의 경우 고철의 생산원가 비중이 65%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가격을 유지해오다 이달초부터 철근과 형강이 각각 10%, 8.4% 인하됐다.
자동차와 기계부품, 배관 등에 사용되는 특수강 봉강과 선재도 주원료인 고철과 니켈 가격 하락을 반영해 9월 3%, 10월 5% 인하하는 등 단계적으로 가격 하락을 반영했고 이달들어서도 추가로 반영했지만 국제 시세 하락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석유화학 분야 역시 납사 가격 폭락에도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가격이 약 40% 인하된 것을 제외하고는 LDPE 등 합성수지 제품은 14∼23%의 하락률로 국제 시세 하락률에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시 제품가격을 수시 인상했던 국내 원자재업체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하에 미온적"이라며 "국내 생산원가에 하락분이 적기에 반영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전기동과 아연괴 등 국내 비철금속가격은 국제 가격과 연동돼 있어 가격 하락이 적절히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업체를 직접 압박하는데다 지난 7월과 8월 계약된 고가 원료들이 소진되는 이달 중순부터는 제품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고가의 원료들이 대부분 소진되고 환율도 안정되고 있어 향후 국내 원자재 가격도 본격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국내외 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국내 가격의 하향 안정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