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패닉 바잉’(공포 구매)을 잠재우기 위해 '사전청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사전청약 물량이 많지 않고 공급 시기도 늦는데다 입지도 수도권 외곽에 몰려 있어 젊은층의 패닉 바잉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일 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하반기 사전청약 예정인 3기 신도시 분양 물량 3만 호의 구체적 분양 대상지를 중점 논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태릉CC를 포함한 사전청약 3만호의 분양 대상지와 일정을 다음 주 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전청약 분양 대상지로 3기 신도시 중 먼저 발표한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신도시부터 우선 검토 중이다. 사업 일정상 상대적으로 개발 계획이 늦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신도시는 내후년 사전청약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에 일부 물량을 넣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미리 청약을 받는 제도다. 공공택지에서 토지 보상과 택지 조성사업이 끝나는 시점에 바로 청약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 때까지 무주택자 등 자격을 유지할 경우 100% 당첨된다. 사전청약은 1건만 신청할 수 있고, 3기 신도시 외 다른 일반아파트 청약은 허용된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해당 지역에 최소 2년을 거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남양주 왕숙신도시의 경우 남양주 주민은 1순위, 경기도 주민은 2순위, 서울 주민은 3순위가 된다.
사전청약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공공분양은 민간분양과 달리 청약가점이 아닌 청약통장 납입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발한다.
매달 10만 원까지 인정되는 납입액을 오랜 기간 청약통장에 넣어야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 최근 수도권 공공분양에서는 18년 넘게 넣은 2200만 원 이상의 납입액이 있어야 당첨 안정권에 들었다.
홍 부총리는 “청약에 당첨돼 수년 내 입주가 가능한 내 집이 생긴다는 기대만으로도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덜고, 매매 수요가 완화돼 시장 불안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으로 나타나는 시장 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청약 가점제로 인해 무주택 실수요층인 2030세대가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임대주택 공급 역시 일정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반 청년층에게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4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8‧4 대책)을 통해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9000호에서 6만 호로 늘린 바 있다. 내년 하반기 3만 호와 내후년 3만 호 규모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은 내년 상반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내년 말까지 지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구계획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공공분양주택 6만 호의 사전청약이 실시된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아파트 127만 호 공급 계획 중 경기 북부권의 33만 호 공급 계획도 구체화했다. 시장에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을 보내 들썩이는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구상에서다.
경기 북부권 공공택지 입주자 모집은 올해 3만9000호를 시작으로 내년 2만7000호, 내후년 3만 2000호가 계획돼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인구와 가구 수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신규 주택 공급지가 수도권 외곽에 쏠려 있다”며 “서울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개발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