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실상 예견된 사모펀드 사태

입력 2020-09-02 17:35 수정 2020-09-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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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지난해 10월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이 사모펀드 사태의 시작이었다. DLF 사태로 7950억 원이 묶였고 우리은행 40%, 하나은행은 71%의 손실이 났다. 뒤이어 터진 라임 사태로 인해 1조6700억 원이 환매 중단되었고, 펀드 돌려막기 등 라임자산운용의 심각한 부실 및 불법행위가 밝혀졌다. 최근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처음부터 사기로 밝혀졌고 피해 금액만 5200억 원에 달했다. 이밖에도 디스커버리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아름드리펀드, 팝펀딩펀드, 젠투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모펀드의 문제점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미비점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DLF는 도박에 가까운 상품이다. 그것도 매우 불공정한 도박 상품이다. 이자는 최대로 받아봤자 겨우 3~4%인데, 원금 손실은 무려 100%까지 날 수 있다. 이 위험한 조건을 은행이 고객들한테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결국 100% 원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라임은 펀드마다 조금씩 성격이 다르긴 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투자자의 돈을 빌려서 국내 코스닥 업체나 비상장 업체, 해외무역채권 같은 곳에 투자하였으며, 검찰 수사 결과 자펀드 간의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에, 디스커버리펀드는 미국 소상공인 채권이나 부동산 채권에 투자하였다. 피해자들은 헬스케어펀드가 단기 채권에 투자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장기 채권에 투자됐고, 디스커버리펀드는 해외 자산운용사가 불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여 현재 미국 검찰로부터 자산이 동결된 상태이다.

은행들은 위와 같은 고위험 상품에 대해 “독일이, 미국이, 이탈리아가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말하며 예금처럼 팔았다. 판매사들의 이 같은 불법행위는 결국 금융감독원 조사로 밝혀졌고, 분쟁조정위는 판매사의 책임을 물어 DLF는 최대 80% 배상을, 라임 무역금융펀드(2018년 11월 이후 판매)에 대해서는 ‘계약취소에 의한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분쟁조정 사상 첫 100% 배상 결정 사례이다. 이에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증권, 신영증권은 사적화해)들은 ‘시간 끌기’ 끝에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금감원의 ‘라임 전액 환급안’을 수용하였다. 판매사들의 수용으로 인해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총 1611억 원)들도 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사실상 집단소송의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2015년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활성화되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진입, 설립, 운용, 판매 등의 규제가 완화되었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으며, 최소 자본금은 10억 원까지 내려갔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 또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법안 개정 당시에는 금융위가 5억 원을 고수했으나 시행령에서 슬그머니 낮춘 것이다. 그 결과 사모펀드는 가입금액(전무투자형)이 2014년 173조 원에서 2019년 416조 원으로, 5년간 243조 원 증가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안전한 공공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설명과 달리 대부업체 등 부실한 곳에 투자해, 처음부터 자산운용사가 사기를 벌인 사건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로 운용사는 투자 상황을 알릴 의무를 면제받고, 판매사나 수탁사 등은 감시나 위법 사항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감시의 사각지대가 생겼고, 옵티머스가 그 허점을 파고들어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 해결 과정에서 분조위가 DLF나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배상을 결정하였으나 강제력이 없다보니 판매사들이 업무상 배임을 운운하며 선별적으로 수용(DLF는 수용, 키코는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판매사들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업무상 배임죄는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2002도4229판결)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의 고의의 인정과 관련하여 합리적 경영 판단이 인정되는 경우 그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며, 이윤 추구와 아울러 공공적 역할도 담당하는 각종 금융기관의 경영자가 금융거래와 관련한 경영상 판단을 함에 있어서도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 기준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판매사들의 책임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편면적 구속력’(분조위 권고를 금융사가 거부하더라도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무조건 수용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을 도입하고, 분쟁조정을 거부한 금융사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며, 소비자가 승소 시 분쟁금액의 1.5배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법·제도를 강화하여야 한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집단소송제, 징벌적배상제 및 처벌 강화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올해 금융소비자법 제정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누락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는 금융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650억 달러 규모의 사기 피해를 입힌 혐의로 2008년 체포돼 150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수감 중이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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