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과 화학 등 일부 업종들에서 수출이 감소할 경우 생산성 둔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3일 서강대 이윤수 경제학부 교수와 김원혁 혁신과경쟁 연구센터 전임연구원, 한국은행 박진호 미시제도연구실 차장이 공동 발표한 'BOK경제연구,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 간 관계 분석: 사업체 자료 이용’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과 생산성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가운데, 수출 감소시 생산성 하락 효과가 수출 증가시 생산성 증대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상승의 경우 생산성 계수 추정치가 0.005 수준에 머물렀다면 하락 시 계수 추정치는 0.057로 집계됐다. 특히 하락시 추정치 규모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박진호 한은 차장은 “수출이 감소할 때 생산성 감소 효과가 큰 것은 노동과 자본 등 조정이 어려운 요소투입의 비탄력성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수출이 줄어도 기존 수출에 활용됐던 노동과 자본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만큼, 여기서 파생되는 생산성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해당 연구에서의 ‘노동’은 노동 시간이 아닌 노동자 수로 규정한 만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게 박 차장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비탄력성이 나타나는 업종으로 전자부품과 화학, 정밀기기, 조립기계 등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수출 증가시 생산성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에 대해 박 차장은 수출 상대국 지위에 따른 영향으로 설명했다.
과거 선진국에 물품을 수출하던 때는 수출 과정에서 노하우를 얻거나 고품질 제품을 내보내기 위해 생산성을 높였다면, 최근에는 신흥국 비중이 늘면서 고품질보다 중품질 위주로 수출 과정이 변한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생산 노력을 줄이고, 대신 생산량을 늘리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연구가 2000년부터 2017년까지를 조사 기간으로 하는 만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로 포함되진 않았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감소와 생산성 둔화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차장은 “연구 결과를 원형으로 추정하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교역조건 변화 등) 생산성 수요 변화 요인이 컸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경우 공급과 수요 동시에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