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멸종위기 시대, 멸종위기의 식물 그리고 멸종위기의 식물원

입력 2020-09-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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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농사를 짓는 분들은 ‘하늘과 동업한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고는 합니다. 식물원도 식물을 가꾸는 본질적인 면이 농업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하늘과 동업’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동업은 아직까지 성공의 기미가 잘 보이질 않고 오히려 ‘동업의 결렬’을 선언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어려워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 더 의기소침해 있는 나날입니다.

그래도 긴 장마가 지나고 태풍과 태풍 사이로 맑은 하늘이 하루이틀 보이는 요즘, 한편으로는 물난리가 날까 노심초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맑은 날을 틈타 해야 할 일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우리 식물원에서 보전하고 있는 멸종위기 식물을 협력하고 있는 기관에 보급하는 일입니다. 학교나 환경생태학습원과 같이 교육 수행 능력이 있는 기관들에 식물을 심어주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멸종위기 식물이 살 수 있는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렇듯 식물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멸종위기 식물을 보전하는 일입니다. 멸종이란 생존해 있던 종의 개체가 더 이상 세계에서 확인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하며, ‘절멸’이라고도 합니다. 해당 종을 구성하던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는 시점을 멸종 시기로 봅니다.

멸종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 역사상 대량 절멸 또는 대멸종이 다섯 번 있었다고 합니다. 한 생물권의 생물종 75% 이상이 멸종하면 대멸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다섯 번의 대멸종에 대한 논문은 1982년 잭 셉코스키와 데이빗 라우프가 발표하였는데, 비록 많은 데이터와 실험 통계적인 결과를 통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대표적인 멸종의 사건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럼, 멸종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2001년 매클리오드는 대멸종의 원인으로 주로 언급되는 사건들과 대멸종의 관계를 정리하였습니다. 원인으로 꼽은 주요 단어들만 보면 화산 폭발, 해수면의 변화, 운석 충돌, 지구 냉각화, 지구 온난화, 무산소증, 해양 황화수소 방출, 지구 근처의 신성 또는 초신성 폭발과 감마선 폭발, 대륙의 이동 즉 판구조론과 멸종의 관계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섯 번째 멸종과 관련하여, 특히 식물이 멸종하는 원인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대략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자연을 통제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토지를 관리하고, 가치 있는 식물만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산업적 농업입니다. 두 번째로는 삼림 벌채와 도시화가 결합하여 서식지 손실이라는 식물과 동물이 멸종되는 이유를 만듭니다. 세 번째로는 온실 효과로 인한 지구 대기 및 해양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구 온난화입니다. 온도가 1도만 상승해도 식물과 동물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외래종의 유입입니다. 지역 고유의 동물이 아닌 동식물이 생태계에 유입되면 지역 식물과 동물과 경쟁하거나 더 공격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잠재적으로 멸종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과잉 착취입니다. ‘과다 수확’이라고도 하는데 동물이나 식물 종을 과도하게 수확하여 종이 그 수를 갱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활동에서 이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최소한 식물과 관련하여 지금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이 앞선 다섯 번의 대멸종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그 멸종의 원인이 대부분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식물과 관련하여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을 돌보는 식물원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식물 보전 활동에서 풀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립 식물원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지만, 사립임에도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립 식물원들은 특히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급 식물원, 수목원 그리고 생태원 같은 대형 기관들이 설립되고 있어 큰 역할들을 하겠지만, 풀뿌리로서 사립 식물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식물 보전 역사를 보면 최근까지도 사립 식물원의 역할이 아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립 식물원들의 멸종’은 풀뿌리의 소실로서 보전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식물 멸종과 식물원 멸종의 공통점은 사람이 초래하였고 사람이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최소한 그 멸종의 속도만은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국가의 많은 영역에서 그 운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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