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맹추격…기아차 美판매, 현대차 추월 전망

입력 2020-09-06 11:00 수정 2020-09-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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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누적판매 현대차 96.9% 수준까지 추격…K5ㆍ쏘렌토 가세해 연말께 역전 전망

기아자동차의 미국 판매가 현대자동차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에서 기아차의 올 1~8월 누적판매는 37만2831대로 현대차(38만8635대)의 97% 수준에 달했다. 신형 K5에 이어 쏘렌토 판매가 본격화되면 기아차 판매가 현대차를 앞지를 것으로 관측된다.

6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올 연말께 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현대차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연간판매 기준,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60.6%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올해 8월 누적판매 기준, 기아차의 판매는 현대차의 96.9%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2005년 연간판매 기준,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60.6%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올해 8월 누적판매 기준, 기아차의 판매는 현대차의 96.9%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2005년 기아차 美판매는 현대차 61% 수준= 2005년 연간 판매 기준으로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60.6%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기아차는 약진을 본격화했다.

2011년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75.1%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의 ‘디자인 경영’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기아차 디자인이 호평을 받기 시작한 무렵이다. 당시 등장한 중형세단 K5(현지명 옵티마)의 약진도 기아차 현지시장 성장에 뚜렷한 힘을 보탰다.

이후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2015년 연간판매가 처음으로 현대차 판매의 82.1%를 차지하며 80%대에 올라섰다.

마침내 작년에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86.7%를 기록하며 90%대 진입을 예고했다.

이런 전망은 올해 들어 현실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3월 11일)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미국에서 판매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유럽과 일본 차를 중심으로 판매 내림세가 뚜렷했다. 반면 한국의 현대ㆍ기아차는 시장 평균 하락치보다 낮은 판매 감소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자연스레 미국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

무엇보다 기아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판매 기준 기아차의 판매는 현대차의 96.9%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기아차의 미국시장 효자 모델인 중형 SUV 쏘렌토가 가세할 경우 현대차 추월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쏘나타가 가장 윗급 세단이다. 윗급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밀려 퇴진했다. 반면 기아차는 K7(현지명 카덴다)과 K9(현지명 K900)은 물론 미니밴 카니발과 스포츠 세단 스팅어까지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쏘나타가 가장 윗급 세단이다. 윗급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밀려 퇴진했다. 반면 기아차는 K7(현지명 카덴다)과 K9(현지명 K900)은 물론 미니밴 카니발과 스포츠 세단 스팅어까지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보다 차종 많고 현지화 전략 뚜렷= 기아차의 약진에는 다양한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현대차보다 유리한 신차 전략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잇따라 신차를 내놓으며 미국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 중이다. 반면 기아차는 이런 신차효과가 올해부터 시작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제품전략은 유리한 셈이다.

둘째, 현대차가 소품종 대량판매 전략을 내세운 것과 달리 기아차는 다품종 소량판매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포함해 총 11가지 모델을 판매 중이다. 차종 역시 벨로스터를 제외하면 세단과 SUV에 국한돼 있다.

반면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많은 14가지 모델로 제품군을 꾸렸다.

현대차에 없는 스포츠 세단 △스팅어를 비롯해 준대형 세단 △K7(현지명 카덴자)과 대형 세단 △K9(현지명 K900)도 판매 중이다. 여기에 미니밴 △카니발(현지명 세도나)과 △쏘울과 △니로 등 크로스오버도 포진해 있다.

돈을 벌어오는 차종은 아니되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하는 상징적 모델이 많다는 뜻이다.

셋째, 현지화 전략에서 현대차보다 앞서 있다.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에서만 판매 중이다. 오로지 미국시장을 겨냥해 차종을 개발했고,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북미 올해의 SUV에 선정되기도 했다.

넷째, 꼼꼼한 조립 품질도 기아차의 약진에 한몫했다.

지난 6월 미국 J.D.파워가 밝힌 '2020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기아차는 6년 연속 일반 브랜드 1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136점을 받아 닷지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신차 100대당 품질 불만 건수가 136건이라는 뜻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단계 내려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 미국 신차품질 조사에서 기아차가 닷지와 함께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단계 떨어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JD파워)
▲2020 미국 신차품질 조사에서 기아차가 닷지와 함께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2단계 떨어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JD파워)

◇기아차 품질 평가 현대차 앞서=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현지 소비자 단체의 초기 품질 지수에서 늘 대중 브랜드 5위권을 유지해 왔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를 상대 비교해보면 늘 기아차의 초기 품질지수가 현대차를 앞서곤 했다.

여기에 현대차보다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가 미국 현지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미국 현지에서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두 공장 모두 현대차 아산공장을 베이스로 건설한,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이다.

주력모델을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 또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 생산분(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리오)이 미국으로 들어간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진출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가 현대차 판매를 턱밑까지 쫓아간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기아차의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이 글로벌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통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아차 중형세단 K5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때마다 주요 시장에서 기아차를 구해내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중형세단 K5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때마다 주요 시장에서 기아차를 구해내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위기 때마다 K5가 기아차 구원투수=K5 출시 시점도 유의미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15년 동안 기아차가 미국에서 현대차와 간격을 크게 좁힌 시점은 모두 금융 또는 경제위기 때였다. 여기에 이 시점마다 기아차 약진을 주도한 차는 잘 만든 중형세단 K5였다.

그만큼 기아차의 자신감도 커졌다. 지난해까지 옵티마라는 현지명으로 출시한 K5를 올해 3세대 출시부터 국내와 마찬가지로 K5라는 이름을 앞세웠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했고,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판매실적이 분리되면서 기아차와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혀진 게 사실”이라며 “현대차는 소품종 대량판매를 추진 중이고 기아차는 여러 차종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나뉘었다. 판매 가격과 1대당 판매 인센티브 등을 고려하면 판매가 역전돼도 실질적인 수익은 현대차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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