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안정세?... '노도강'은 딴나라 얘기

입력 2020-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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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이번주 0.09% 상승...한 달째 둔화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있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의 상승폭은 여전히 매섭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원) 시행으로 촉발된 전세난이 되레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9% 상승했다. 8월 3일 기준 0.17% 오른 이후 4주 연속 둔화세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까지 무려 62주 연속 올랐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이나 성북구, 금천구 등에선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다보니 곳곳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 미도아파트 전용면적 87㎡형은 지난달 말께 4억 원에 전세 거래됐다. 해당 면적의 전세보증금이 4억 원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600가구 규모의 단지에서 전세 물건은 현재 '0'건이다.

도봉구 창동 주공18단지 전용 84㎡형은 지난달 31일 올 들어 가장 비싼 2억8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날 성북구에선 정릉동 우성아파트 전용 46㎡형도 올해 최고가인 2억8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옆동네인 길음동 돈암2-1 삼부아파트에선 전용 59㎡형이 이달 2일 올해 최고가(3억3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금천구는 인접한 광명시의 재개발 영향까지 가세해 전세난이 극심하다. 지하철 1호선 독산역 바로 옆에 위치한 독산 중앙하이츠빌에선 전용 84㎡짜리 전세 물건이 지난달 말께 5억 원으로 최고가에 거래됐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종전 최고가(4억 원)를 갈아치웠다. 현재 전세 매물은 남아 있지 않다. 금천구 M공인 측은 "임대차법 통과로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여전히 높이고 있다"며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광명뉴타운 이주 수요까지 더해져 아예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노도강과 금천구 등 저가 아파트가 많은 곳은 전세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서울 전셋값이 워낙 천정부지로 뛰다보니 전세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이들 지역으로 몰리는 것이다.

여기다 다른 지역에 비해 보증금 수준이 현저히 낮아 집주인들이 가격을 높이려는 심리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물건이 워낙 귀하다보니 3000만~5000만 원씩 껑충 뛰어올라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일도 허다하다. 실제 이달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의 비중은 14.3%(868건)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순수 전세 거래는 6월 74.1%에서 지난달 73.1%, 이달 72.7%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세나 반전세가 늘어난다는 건 서민들은 주거비 부담이 그만큼 가중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임대차법이 정착되고 전월세전환율이 현행 4%에서 2.5%로 낮아지면 전세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3법이 본격 정착되고 월차임 전환율 조정 등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 전월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반대다. 윤지해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물건 감소는 마음이 조급한 수요자의 가격 협상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이사철 이사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전세 물건이 더 귀해지고 있어 전세난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저가 전세나 반전세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임대차법이 오히려 주거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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