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국 자동차 딴지걸어 노조 달래기?

입력 2008-11-09 19:55 수정 2008-11-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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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불가피vs 실체 없는 모호한 전망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제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의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그가 유세 활동 중에도 줄곧 한미 FTA, 특히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을 주장해왔던 터라 대표 수출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오바마의 미국'으로부터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미국 업체들이 한국에 연간 5000대의 자동차를 파는 동안 한국은 70만대를 수출한다"며 "한미 FTA는 잘못됐다"고 주장해왔다.

거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해온 미국 자동차 노조들에게 오바마가 뭔가 제스처 이상의 선물을 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오바마 정권의 당면 현안이 경제위기 극복과 불만이 고조된 노동자들 달래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세금 감면이나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고 그러자면 자동차 같은 기계공업이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오바마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가 '자국 자동차 산업 살리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메이커들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보호무역을 통한 자국 산업 양성책의 일환으로 한미 FTA를 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며 강경 입장이지만 그의 태도나 한미 간 역학관계로 볼 때 재협상 내지는 추가협상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강연을 통해 “한미 FTA 협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수정돼 통과될지 알 수 없다”며 "오바마는 자동차 분야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겪고 있는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미 FTA에 이견이 있는 부분은 계속 협상해 서로가 최상의 결과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와 '자동차 산업 살리기'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다. 더구나 경제난으로 자국내 제조업의 대외경쟁력이 취약해진 상황이라 전통적 지지층인 노조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을 압박하거나 각종 FTA 체결을 지연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로 유럽은 물론 한국 등과의 무역마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통상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처한 환경 및 근로자 보호에 중점을 둔 공정무역 강화 방침 등이 자동차, 쌀, 쇠고기 등 한미 FTA 협상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OTRA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발표한 자료에서 "자동차, 철강, 섬유산업은 국내기업에게 그리 우호적 여건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수립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FTA의 전면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준 문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노조에 기반을 둔 오바마 후보의 경우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한미 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자동차 산업 오히려 '긍정적'

이같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7일 공식 반론 자료를 냈다.

현대기아차는 "오바마 후보의 보호무역주의적 성향과 유세기간 중 그의 발언을 이유로 당선 이후 한국 차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보다도 그의 경기부양 의지를 볼 때 한국 자동차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속한 정책 집행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의 당면 문제점인 시장 축소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차 판매는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산업 수요는 지난해보다 약 30%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당선된 오바마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전체 매출의 60~70%를 수출에 의존하고 그 중 30%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국 자동차 판매 활성화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연동화가 심화되고 있어 미국시장이 안정되면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유럽 및 기타지역의 판매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오바마 당선자는 차세대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산업에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며 "이는 내년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를 시작으로 2012년 수소연료전지차 조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등 친환경 차량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최대식 연구원 역시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현대기아차가 불리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말 그대로 센티멘털의 문제일 뿐 실체는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여당 쪽에서도 이미 한미 FTA 재협상 내지 추가협상 요구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최저 수량의 자동차 수입을 요구할 수 있고 현재 픽업트럭에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를 매년 2.5%로 낮추기로 한 내용을 다시 철회하는 '스냅백'이 거론될 수 있다”며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의 한국 자동차 딴지걸기가 우리 정부의 '재협상 불가론'에도 불구하고 FTA 재협상으로 이어질지 또 실제로 한국 자동차산업을 위축시킬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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