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형사처벌 보다 무서운 회계감사

입력 2020-09-06 08:17 수정 2020-09-0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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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주가조작과의 전쟁. 자본시장법 처벌 강화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물론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에 검찰까지 자본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충했다. 저인망식 수사로 수천만 원대 주가조작범까지 적발하면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자 적발 건수는 늘어났다.

그렇다면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자본시장이 건전해 졌다고 느낄까. 그렇지 않다. 적발 건수와 처벌 수위는 늘어났지만 큰 손, 외국인과 기관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이런 와중에 남부지검 증권합동수사단이 해체되자 주가조작꾼들이 파티를 벌였다는 확인되지 않는 우스게 소리도 들린다.

일부에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가 해체됨에 따라 불공정거래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와 금감원, 금융위에서 불공정거래를 적발 하는 것을 멈추는 것도 아니고 경찰과 검찰은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검찰 단계에서 적발하는 사건은 이미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큰 피해를 일으킨 범죄가 일어난 뒤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사건들이다. 적발된 불공정거래 혐의자들은 이미 돈을 두둑히 챙긴 뒤다. 그래서 교도소에 가서도 주가조작,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

기업사냥꾼들은 무자본 M&A를 하고 주가조작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회사에 쌓인 현금을 횡령, 배임을 해 ‘일명 쩐주’에게 고리와 원금을 돌려주고 남는 돈을 챙긴다.

주가조작과의 전쟁을 벌여 아무리 잡아 들여도 불공정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는 이 때 최근 주식시장에 사채업자들과 기업사냥꾼들 상당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들을 초토화 시키며 시장에서 아예 퇴출을 시키고 있는 주체는 바로 회계사들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신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과 검찰과 법원의 회계 감사보고서에 대한 회계사와 회계법인의 책임을 크게 강화한 이후 자본시장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6년간 상장사가 회계법인을 선택해 외부감사를 받던 것을 3년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아 외부감사를 받으면서 회계법인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사를 벌이게 됐다.

상장사가 아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은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이전 회계법인이 묵인했던 것을 방치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외부감사법에서는 회계부정 과징금 규정을 대폭 강화해 회계법인들이 부실 감사를 벌였을 경우 엄청난 과징금을 물게 될 수도 있게 된 점도 꼼꼼하게 감사에 나서는 이유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장법인 2301곳의 감사보고서(2019회계연도)를 분석한 결과 65개사가 회계처리 부적절 판정을 받았다.

기업사냥꾼이 사채업자에게 빌린 인수자금을 미쳐 빼돌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감사의견 거절로 계획이 차질을 빗으면서 기업사냥꾼은 상환 요구에 쫒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상장폐지로 가는 경우 시장에서 재기불능에 빠지며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있다.

회계법인의 활약으로 기업사냥꾼들을 퇴출되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은 이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메뚜기형 주가조작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채업자들의 자금이 BW와 저가 CB를 인수한 뒤 호재성 공시를 내며 주가를 띄워 팔고 나가는 짧게는 한달에서 6개월 안에 끝내는 메뚜기 주가조작 선수들에게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의 감사 강화로 기업사냥꾼을 퇴출시키고 메뚜기형 주가조작 선수들은 금융당국과 검찰이 발빠르게 적발해 낸다면 자본시장은 획기적으로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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