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차 주부 김모 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난다.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대체식품을 구입하며 나름 20년간 알뜰하게 살아온 그도 최근의 물가 상승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상추, 시금치 가격이 올랐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채소 가격도 ‘금값’이긴 마찬가지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남편까지 격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김 씨가 장 보는 씀씀이도 커졌다. 집밥을 먹는 가족이 늘었으니 장바구니 부담이 늘어날 거라 예상했지만 치솟는 물가는 늘 상상을 초월한다.
코로나19로 집밥이 늘면서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학교 급식, 구내식당을 각각 이용하던 아이와 남편이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로 집에 머물면서 한 번 장 보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20만 원 초반이면 열흘에서 2주간 먹거리를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같은 기간 비용이 50%가량 늘었다.
상대적으로 외식을 덜하는 대신 집에 오래 머무는 자녀들을 위해 피자, 치킨 등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횟수가 늘면서 식비도 좀처럼 줄지 않았다.
6일 이투데이가 소비자원 참가격, 온라인몰, 농수산물 유통정보 등을 분석해 두 달 전과 현재의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한 결과 2주치 장보기 금액이 6.9%나 늘었다. 두 달 전인 7월 초 4인 가족 기준 2주치 장보기 비용은 28만4141원이었으나 9월 첫주에는 30만3739원이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로,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했다. 월별 비교지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월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인 0.7% 올랐다. 특히 장마와 태풍이 장기화하며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기 대비 10.6%나 뛰었다.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채소류는 28.7%나 오르며 육류 가격을 넘볼 정도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와 고등어 등 수산물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주부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정부 통계보다 심각하다.
이투데이가 분석한 장바구니 물가에서 양파, 우유, 미국산 쇠고기, 바나나를 제외한 전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시금치는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330g 기준 5500원을 넘어섰고 애호박도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인 개당 1227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파 한 단에 3700원대, 상추 200g이 3400원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로 최저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던 삼겹살도 올 들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한우 가격도 오름세다. 한우 가격은 등심 기준 9%가량 인상됐지만 추석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품목이어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가공식품 제조사들마저 원재료비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오뚜기는 최근 즉석밥 3종 가격을 평균 8% 인상했고 롯데제과 목캔디와 찰떡파이 가격을 평균 10.8% 올렸다. 롯데제과는 또 나뚜루 파인트와 컵 아이스크림 가격을 평균 10.5%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도 아이시스 8.0(500㎖)의 가격을 100원 올리는 등 음료 일부 제품을 100~200원씩 인상한 바 있다. 김치 제조사들도 올 들어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5월 전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김치의 경우 배추와 무 등 주요 재료의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인상된 포기김치가 오히려 저렴한 기현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