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태풍] 경영의 '권력화 vs 연속성'…CEO 장기집권 得?ㆍ失?

입력 2020-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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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은행장’, 금융권 연임, 3연임 일반화 지적...내부에선 경영 일관성 유지위해 필요 맞불

“현재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는 국내 재벌 체제와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의에서 여당 의원이 금융지주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통한 지배구조 고착화와 획일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금융권 CEO의 장기집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길게는 10년 넘게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에서 조직을 장악하면서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다. 반면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경영을 해야 하는데 임기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임기 종료를 앞둔 금융기관 및 금융회사 CEO 등 금융권 수장은 5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 인사태풍’을 앞두고 어수선할 법도 한데 내부에선 오히려 고요함마저 감돈다. ‘3연임’이 일반화되면서 장기집권이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달 16일 이사회를 통해 윤종규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정한다. 지난달 윤 회장을 포함한 3명의 후보자군(쇼트리스트)을 결정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번에도 연임되면 2014년 11월 취임한 윤 회장은 2017년 11월 연임에 이어 3연임을 달성한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3연임에 성공했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임명된 후 같은 해 9월 SC제일은행장에 선임됐다. 이후 2018년 1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선 3년씩 세 번 하는 3연임이 대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권에서 3연임을 대표하는 CEO다. 김 회장은 2012년 취임한 후 2015년과 2018년 잇달아 연임하면서 9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채용비리와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같은 리스크 요인이 있었지만, 연임에 성공하면서 3연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일각에선 금융권 수장의 장기집권 일반화를 경계하고 있다. ‘주인 없는 금융사’가 이미 재벌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금융권 CEO 연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연임 문제와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왜 이런 얘기가 회자되느냐”면서 금융지주회사 회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이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재벌체제의 결정적 문제점이 소수 지분과 인사권 등을 가지고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지금 거대 금융지주그룹들도 닮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금융위는 6월 금융사 CEO가 자신을 임원으로 추천하는 ‘셀프 임원 추천’을 금지하고 자격 요격을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금융사의 시각은 다르다. 단기 실적 대신 중장기적 경영 전략을 통한 기업의 발전을 위해 연임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CEO가 자주 교체될 경우 지주 전체의 경영 방향성이나 장기적 전략이 일관성을 갖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연임을 아예 금지한다면 CEO들이 단기 성과에 함몰돼 장기적 성장을 이루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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