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세끼 속 점심

입력 2020-09-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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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보통 세 번 밥을 먹는데, 이 하루하루의 끼니를 ‘세끼’라고 한다.

세끼 중 아침과 저녁은 순우리말이다.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까지의 동안을 ‘아침’,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를 ‘저녁’이라고 부른다. 또 그 시간에 끼니로 먹는 음식도 각각 ‘아침’ ‘저녁’이라고 이른다.

아침저녁과 달리 점심은 한자어이다. 16세기 ‘뎜심’이라는 형태로 쓰였던 점심은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의 끼니를 나타내는 말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17세기에 ‘점심 끼니를 위한 음식, 요리’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점심은 작고 둥글게 찍은 표를 뜻하는 ‘점(點)’과 마음을 의미하는 ‘심(心)’이 합쳐진 글자이다. 점심의 유래 중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중국 남송(南宋)의 장군 한세충(韓世忠)이 금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 일이다. 그의 아내가 굶주린 군사들을 위해 만두를 빚었는데 수가 너무 많아 이들에게 넉넉하게 줄 수 없게 되자,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나누어 주었다. 마음에 점을 찍듯 시장기를 겨우 면할 정도로 조금 먹는다는 데서 점심이 유래했다는 설이다.

또 고려중기 때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송도(松都·고려 수도)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적은 ‘고려도경’에 고려시대 서민들은 보통 1일 2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민들이 매일 규칙적인 일을 하면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아침에 남겼던 밥을 간단히 먹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오늘날의 점심과 다른 의미였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데, 선원(禪院)에서 선승들이 수도를 하다가 배고플 때 조금 먹는 음식을 ‘점심’이라고 한다.

이렇듯 점심은 원래 허기를 달랠 목적으로 간단하게 조금 먹는 것을 의미하였으나, 이것이 일반에 널리 쓰이면서 의미가 전이되었다. 오늘날 점심은 정오부터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나 그때의 끼니를 이르는 말이다. 식사량보다는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점심은 하루를 힘차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리라. 오늘도 점심시간에 점심을 맛있게 먹고 활기찬 오후를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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