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앞둔 화웨이에 반사이익 얻은 대만…삼성은 5G 빈틈 공략

입력 2020-09-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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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8월 수출액, 화웨이 반도체 대량 발주에 사상 최고치 기록…삼성전자, 7조 규모 5G 장비 계약 체결

▲2016~2019년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위쪽부터) 삼성, 시스코, ZTE,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2016~2019년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위쪽부터) 삼성, 시스코, ZTE,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를 시장에서 고립시키는 사이 대만 반도체 업계와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화웨이의 반도체 사재기 덕을 톡톡히 봤고,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재무부는 이날 8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한 312억 달러(약 37조687억 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다. 대만 재무부는 수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과 하반기 수요 회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기술 제품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임박을 꼽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5월 15일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때 반드시 사전 승인을 받으라”며 사실상 화웨이 거래 금지를 권고했다. 이 제재의 유예 기한이 14일까지여서 화웨이는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웨이가 대만 기업에 반도체를 대량 발주하면서 전체적인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대만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산업의 호조로 대만의 전체 수출액은 2개월 연속 증가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 대만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했다. 대만 통계청의 베아트리체 차이 수석 통계분석가는 “화웨이 관련 수출 증가 규모가 15억~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관련 대만 기업의 출하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주춤하는 동안 5세대(5G) 통신장비 분야 공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66억 달러 규모의 5G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은 2025년까지 지속하며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한다.

버라이즌의 거래는 미국 통신기업들이 화웨이 제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자 삼성전자의 기술을 채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영국과 인도 등은 이미 5G 통신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버라이즌이 노키아 대신 삼성의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의 입지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와 노키아의 품질 문제에 대한 우려로 삼성을 선택하는 통신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의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 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쳤다. 업계 1위 화웨이는 28%를 차지했고 노키아와 에릭슨은 각각 16%와 14%로 뒤를 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계약은 5G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주요 공급 업체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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