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고 또 판다’...주식ㆍ채권ㆍ장기투자 지분까지

입력 2020-09-08 16:47 수정 2020-09-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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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지분 비중도 3년 반 만에 최저치(35.1%)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주식시장 매도를 넘어서 채권시장 매도로 이어진 데 이어 전략적 목적으로 국내 기업에 투자한 장기 투자자마저 지분 정리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바탕에 깔렸다는 방증이다.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69포인트(0.74%) 오른 2401.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339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만 1조270억 원 가량 팔아치운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830억 원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 지분 비중은 연초 38.1%에서 35.2%(9월 평균 35.1%)로 감소했다. 월평균 기준으로 2017년 2월(35.74%) 이후 최소치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2월 3조3132억 원 순매도를 기점으로 3월 12조5550억 원, 4월 4조1001억 원, 5월 3조8838억 원, 6월 1조2188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5개월 동안 25조 원 이상 팔아치웠다. 7월 반짝 순매수세(1조791억 원)로 전환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한 달뿐이었다. 8월엔 2조8469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한국 손절’에 나섰다.

특히 8월 마지막 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역사상 가장 많은 하루 순매도(1조6362억 원)를 기록했다. 자료가 존재하는 1999년 이후 외국인 사상 최대 하루 순매도 금액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는 반도체 업종 등 대형 수출주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LG화학으로 1929억 원어치가 팔렸다. 삼성전자우(-1897억 원), 현대차(-785억 원), 삼성SDI(-565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채권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3ㆍ10년 만기 국채를 4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3년 만기 국채선물을 3만2663계약(액면가 3조2663억 원)을 순매도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1만1414계약(액면가 1조1414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출렁인 지난 3월을 제외하고 지난 7월까지 매달 국채선물을 순매수해 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7월 외국인 매수세가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현재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다소 떨어진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1180원~1190원대에서 더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도 환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겐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외국인은 장기 투자에 나섰던 전략적 투자자들이다. ‘셀 코리아’가 기조 속에 블록딜 처분 소식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장기 투자자 마저 국내 시장을 등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 4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가 셀트리온 257만 주(지분 1.9%)와 셀트리온헬스케어 221만 주(1.5%)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초기 투자자이자 핵심 주주로 꼽힌다. 외국계 사모펀드 맥쿼리PE는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이 울산시로부터 폐기물 매립 시설 증설 허가를 받은 뒤 1년여 만에 매각했다. 장기투자로 유명한 템플턴자산운용은 휠라홀딩스 주식 60만 9479주(1.00%)를 처분했다. 지분율은 4.60%까지 떨어졌다. 스위스 국적의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아게는 한신공영 지분율을 7.62%에서 7.43%로 낮췄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 엘엘씨는 지난 8월 현대해상 주식 17만44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9.92%에서 9.73%로 낮아졌다. 제이에프 에셋 매니지먼트(아시아 퍼시픽) 리미티드는 키움증권 지분 1.04%(22만9052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지분율은 6.05%에서 5.01%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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