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레밍 신드롬’ 걱정이 기우였으면

입력 2020-09-09 16:54 수정 2020-09-1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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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마구 내달리고 있다. 미국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시장은 여전히 과속운행 중이다. 코로나19 악재가 터진 3월 이후 코스피는 60% 넘게 올랐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다리만 걸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 불안 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신용·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구두 경고를 한 상태다.

다른 한편에선 빚 투를 부추긴다. 신용융자가 크게 늘자 증권사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 참가한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 사장에게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를 낮췄다. 개미들의 아우성에 공매도 금지 기간도 6개월 더 늘렸다.

개미들은 막무가내다. 주가폭등에 고무된 투자자들은 곳곳에서 위기경보가 울려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행태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증거금만 58조5543억 원이 모였다. 이루다의 청약 경쟁률은 3040대 1을 기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 개미 덕에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 상품에 접속 지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청약 물량을 받을 수 있다면 최소 ‘중박’은 낼 수 있다. 성공 확률도 78.37%(37곳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오른 곳 29개사 )에 달한다. 하지만 공모보다 낮은 곳도 8개사나 된다.

지난 6월에는 전례 없는 ‘우선주 광풍’이 불었다. 6월 1일 5만4500원 하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같은 달 19일 96만 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도박개미’들이 상당수 뛰어든 것으로 본다.

사모펀드는 어떤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보면 펀드 투자자 1163명 중 979명이 개인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관리 부실이나 증권·운용사의 잘못에 면죄부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투자자는 고액자산가이자 전문가들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언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를 처리하는 감독당국의 결정에는 일부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을 외면하고 판매사에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사모펀드 시장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어느 전문가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신의 영역도 벗어났다”고 말했다. 지금의 주가폭등을 유동성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질 때 마 황급히 전망치와 분석을 발표하지만, 이게 맞나 싶다“며 전문가 체면에 쑥스럽다고 했다.

시장분석가들은 최근 주가 폭등이 세계적인 현상이며, 유동성이 풍부하므로 당분간 상승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름대로 근거 있는 논리다. 하지만 돈 파티 뒤에 남는 생채기는 늘 컸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시장은 코로나19 정국에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유동성 잔치 때문이다.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닥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끌’로 막차를 타려는 사람이 있다면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얘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학개미. 로빈후더. 핫팁(족집게 조언) 따라가면 망한다. 자기들이 뭘하는지도 모른 채 투자하는 행위들은 늘 안 좋게 끝이 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는 2013년 미국에서 등장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자들의 평균 나이는 31세에 불과하지만, 현재 미국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아차!’ 라는 생각이 들면 때는 늦다. 발을 빼려 해도 뺄 수가 없다. ‘빚투라도 해서 한 몫 잡아보자.’ 고 시작한 주식투자가 ‘원금이라도 건져야지.’라는 처절한 싸움으로 바뀐다.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레밍(lemmi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들쥐들이 산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 2~3년마다 집단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선두를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뛰어내려 줄줄이 바다나 호수에 빠져 죽기도 한다. 폭주 기관차에 올라타려는 ‘묻지마 투자’의 행렬을 보면 레밍스 신드롬이 떠오른다. 지나친 걱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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