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상법 개정안, 위헌 소지 있어…기업 경쟁력 약화 불러올 것"

입력 2020-09-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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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주주 평등의 원칙 위배…'필요한 내부거래' 분리해 평가해야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이 산업 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AMA)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이 산업 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AMA)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고,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26개 업종별 단체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배구조ㆍ내부화 관련 규제정책과 기업성과’를 주제로 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하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논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은 시점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개정해야 한다면 좋은 취지는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담은 상법개정안  (사진제공=KAMA)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담은 상법개정안 (사진제공=KAMA)

◇상법 개정안, '1주 1의결권' 위배=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온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3%룰)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출 단계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함으로써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등의 합산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해 소액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송원근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사 선임은 주주 의결권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개정안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총 발행주식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이는 주식회사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위해 지켜져야 할 주주 평등의 원칙(1주 1의결권)을 심각하게 위배한다”며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경쟁사가 지분을 확보해 특정인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한 뒤 정보를 빼가는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지주회사 체제에서 대규모 상장 자회사의 평균 지분율은 37.7%인데, ‘3%룰’을 적용하면 외부자본의 지주회사 공격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 펀드는 현대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인사(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3%룰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를 방어할 여력이 제한된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투기자본 공격 위험 높여=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비상장 회사는 전체 주식의 100분의 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모회사 주주의 이익이 자회사 주주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전제하고 있어 출발 선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AK홀딩스(모회사)가 제주항공(자회사) 지분 53.3%를 갖고 있는데, 과연 두 회사 주주의 이해관계가 같다고 볼 수 있는가”라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여러 기업집단이 소송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진제공=KAMA)
▲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진제공=KAMA)

◇'필수적인 내부거래' 분리해 평가해야=산업계는 정부가 상법과 함께 개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이어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먼저, 내부거래 규제 강화는 현재 30%(상장사)로 제한된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 제한을 20%로 낮추려는 시도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지분율이 높은 자회사는 사실상 모회사와 경제적 동일체로, 이들 계열사 간 거래의 대부분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 △거래 안정성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 유지 등을 위한 정상적인 거래”라며 “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기업 간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면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며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내부화와 특정인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내부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 발전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KAMA)
▲산업 발전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KAMA)

◇공정거래 사건, 전문성 있는 공정위가 전담해야=입찰담합과 가격담합 등 이른바 '경성 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현행법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 개정안에 따라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신속하고 엄격한 처벌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조 원장은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상 전문성을 갖는 기관에서 사건을 전담할 필요가 있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무분별한 소송의 남발로 법적 대응 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은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상법은 전문경영인의 일탈을 막아주는 제도”라며 “대주주로서는 귀찮을 수 있겠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반론했다. 이어 "좀 더 시간을 갖고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도 했다.

정만기 회장은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대주주의 기업 지배권을 약화하는 입법 취지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내 기업이 외국 경쟁사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인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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