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CNBC 방송은 9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 중개·감정업체 밀러사무엘·더글라스엘리만의 보고서를 인용해 8월 맨해튼에 있는 임대 아파트 공실이 1만5000채 이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동월의 약 5600채 대비 세 배 급증한 수치이자, 14년 전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도시에서 교외로의 이주 움직임이 이러한 현상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밀러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임대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곽 지역의 첫 구매자가 주로 맨해튼 임대 시장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가을이나 연말에 시장이 반등하는 것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임대료 중앙값이 4%가량 하락하는 등 임대료가 내려가기는 했지만, 새로운 임차인을 도시로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맨해튼의 침실 2개짜리 아파트 평균 임대 가격은 여전히 월 4756달러(563만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은 지난달 신규 세입자들에게 평균적으로 1.9개월의 무료 임대를 제공하는 등 임차인을 유인하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내주고 있다.
맨해튼의 임대 시장은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최고의 척도로 여겨진다. 아파트의 75%가 임대 매물인 데다가, 판매보다 수요 변화에 더 빨리 반응하기 때문이다.
맨해튼 경제와 그 너머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취약한 임대시장에서 비롯된 경제적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이냐는 점이다. 대형 부동산 회사 등과는 달리 1~2채의 건물만 보유한 집주인들은 재산세나 대출금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뉴욕의 세수나 은행 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