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칼바람 부는 항공사...'보직' 따라 엇갈린 희비

입력 2020-09-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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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 국내선 승무원 등 비선호 보직자는 계속 근무…국제선 대형여객기는 안절부절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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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30대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휴직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도하지만 최근 회사 내부에서 외국인들이 잘릴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회사에서 쫓겨나면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항공사들이 모두 어려워 재취직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항공업 종사자들이 ‘새옹지마’ 같은 일을 겪고 있다.

외국 항공사에서 고연봉을 받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 위기에 놓였다. 화물기 조종사들은 항공 화물 수요 증가로 오히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순환 휴직을 시행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업 종사자들이 근무와 휴직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외항사에 일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초조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외국인들이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연봉으로 외항사에 취직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을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 쿠웨이트 국영 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은 올해 5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직원 1500명을 해고했다. 쿠웨이트항공에는 한국인 승무원 100명가량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고 대상에서 쿠웨이트인은 제외됐다.

반면 화물기 조종사들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행 수요 감소로 여객기를 띄우기 어려운 항공사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 영업을 강화해서다.

대형항공사 화물기 조종사 B 씨는 “그동안 여객기 조종사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 비행기에 실린 배터리 등 위험한 화물들이 혹시나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에 떨곤 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바빠지자 화물기 조종사에 대한 주변 동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에 도착하면 호텔에 종일 있어야 하는 등 불편한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업황 회복을 간절히 희망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하다. 11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3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에 미국 등에서 1억~2억 원을 들여 조종사 면장을 딴 뒤 항공사의 채용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겪고 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종사들도 불안감을 느낀다. 이들은 주로 30대로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가 힘들다.

국내 LCC의 한 조종사는 “조종사 면장을 따는 데 들인 돈만큼의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한참 남았다”면서 “기장도 못되고 애매한 경력으로 실직한다면 다시 신입 채용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항공사들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버진그룹의 호주 2위 항공사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이 파산을 선언했다.

태국에서는 국영항공사 타이항공이 국적기 항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파산보호 절차를 밟게 됐다. 베트남 국영항공사 베트남에어도 ‘파산설’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는 등 파산 직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항공업계의 고용 불안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LCC에 종사하는 C 씨는 “업종을 변경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20대 초반인 직원들이야 다른 길이라도 알아보겠지만 애매하게 경력이 쌓인 사람들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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