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사라졌다. 아니 희망이 사라졌다. 무명 시절 갖은 고생을 하며 버텨왔던 때와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공연예술인들의 무대를 향한 열정마저 위협하고 있다.
17년 차 연극배우 이종승 씨는 13일 “생계를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인노조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월부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생후 32개월, 9개월 아이를 둔 가장인 그에게 코로나19 재확산은 야속하기만 하다. 이 씨는 “모든 게 멈춘 상황에서 어디를 다니거나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괜히 확진자 동선과 겹칠까 봐 불안하고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새벽에 일하는 택배 아르바이트부터 공사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나섰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그는 “택배, 음식 배달처럼 특수를 누리는 업종에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일이 많지 않다”며 “특히 모든 가게가 오후 9시에 영업을 종료하면서 대리운전 일도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공연 연출자도 생업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긴 마찬가지다. 연극집단 ‘공외’ 작연출 대표를 맡고 있는 방혜영 씨는 남편인 배우 김영준 씨와 생이별 중이다. 시각장애인 활동 보조 활동을 해온 그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금·토·일 사흘간 이용자(장애인)의 집에 머무르며 간병인 업무를 하고 있다.
방 씨는 생계를 위해 연극 연출과 함께 중학교 진로교실,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코로나19로 멈춘 상황이다. 방 씨는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현재 ‘0원’”이라며 “정말 비빌 언덕이 없는 사람들에겐 어떠한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